치밀하게 사용자 감동시키기 | 배민, 네이버페이, 당근마켓, 현대카드
사용자에게 온보딩, 결제, 신청 등의 입력 플로우를 태울 때면, 힘들다고 이탈할까봐 우리는 가장 겁낸다. 탭 한 번 덜하고 스크롤 조금 덜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사용자의 짐을 덜어주려고 하는데, 이 때 인풋이나 드롭다운, 라디오버튼, 체크박스 등의 셀렉션 컨트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사용자가 선택할 확률이 높은 답변을 디폴트로 제공하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과 네이버 페이는 주문할 때마다 입력하거나 선택해야 할 사항들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네이버는 네이버 포인트를 얼마 사용할지 매번 묻지 않고 항상 전액 사용을 할 수 있게 하고, 배달의 민족은 자주 요청하는 사항은 다음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끔 돕는다.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를 디폴트로 지정해두어 사용자들이 일회용품을 덜 쓸 수 있는 방향으로 푸시하기도 한다.
당근 마켓은 거래를 자주 하는 프로 당근러들을 위해 자주 쓰는 문구를 지정해둘 수 있게 한다. 매번 입력하는 것 대신 탭 한 번으로 내용을 채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애초에 무언가를 입력하는 수고 자체를 없애버리는 방법도 물론 있다. 간편로그인이 여기 해당된다. (요즘은 간편 로그인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다수라 이미지는 생략했다.)
이전까지는 사실 서비스 기획자의 목표는 하나라고 생각했다: 사용자의 인입률을 높이고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게끔 하는 것. 그러나,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컨설팅해주면서 진짜 좋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앱을 사용하게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사용자가 꼭 앱을 켜서 정보를 확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앱을 안 볼 때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다.
가장 쉽게 이해가 갈 예시는 항공 최저가 알림이다. 항공권을 예매할 때 우리는 하루종일 앱을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대신 알림 설정을 해두고 최저가가 떴다고 알림이 오면, 그 때 들어가서 확인한다. 사용자의 관심 요소를 서비스가 대신 챙겨줌으로써, 서비스는 켜져있지 않을 때도 제 역할을 한다.
여행과 관련된 건 다 챙겨준다는 트리플도 알림 서비스를 재미있게 활용한다.
트리플에서 도시를 검색했을 때 해당 도시에 관한 서비스가 없으면 사용자는 도시 오픈 요청을 할 수 있다. 트리플은 오픈 요청이 많은 순으로 도시 서비스를 준비하고 오픈하면 사용자에게 노티를 준다. 사용자에게 좋은 것은 둘째치고 트리플은 이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관심 도시를 알 수 있어 좋다. 코로나가 터지고 여행 서비스를 국내로 전환해야 했을 때도 큰 힌트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슬프게도 서비스가 편하다고 선택받는 시기는 지났다. 많고 많은 편한 서비스들 중에 사람들이 좋아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앱 서비스에 브랜딩은 이제 빠질 수 없는데, 쓸데없지만 또 효과적이고 디테일하고 귀엽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새로고침(pull to refresh) UI에 브랜드 요소를 녹이는 것이다.
브랜딩 맛집 배달의 민족과 현대카드 앱 역시 새로고침 시의 로딩 화면을 놓치지 않았다. (현카는 다시 보니 업데이트를 했는지 없어졌다.)
인스타그램은 10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앱 런처 아이콘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를 새로고침 UI 속에 꽁꽁 숨겨두었었다.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아기자기한 인터랙션도 잘 활용해 개인적으로 아주 위트있는 브랜딩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