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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요 Oct 02. 2021

클라이언트가 주로 쓰는 디자인툴 알아보기

에이전시 재직자의 오프더레코드 시리즈를 다루려 해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의견 주세요!)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다 보면 클라이언트가 사용 중인 프로그램에 맞춰야 하다 보니 다양한 디자인 툴을 경험하게 된다. 고객사의 규모, 인하우스 프로덕트 팀의 유무, 비즈니스 분야에 따라서 툴이 달라지는데, 프로젝트 킥오프 때 앞으로 사용하게 될 툴이 뭔지 듣고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 

가장 마음 아픈 툴부터 차례로 열거해보자면,


XD를 사용한다고 하면 앞으로 고생 좀 하겠군 싶다. 

XD는 사내에 맥 사용이 불가한 환경이거나 어도비 활용도가 높은 고객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XD도 클라우드 작업이 가능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실시간 협업은 불가해 각자 다른 파일에서 작업하다가 한 명이 몰아서 취합해야 했다. 그럴 때면 팀 메신저에 "OOO 파일 지금 사용 중이신 분! 저 잠깐 업데이트 좀 하겠습니다~"라고 어김없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자주 파일은 충돌해 작업하던 것이 날아가기도 하고, 심볼의 싱크가 안 맞다든지 하는 골치 아픈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요즘은 협업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더 큰 구멍이 있다. XD는 파일 내 페이지 개념이 없다. 무슨 말이냐면, 하나의 파일 내에 하나의 페이지만 있어 최종 파일 취합쯤에는 몇백 본 씩 하는 아트보드를 한 판에 욱여넣거나 여러 파일로 나눠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트보드랑 레이어가 동시에 옮겨지지 않는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앞서 말했듯이 좁은 판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아트보드를 이리저리 많이 옮기게 되는데 이때 대지 따로 레이어 따로 선택만 된다. 두 번 옮겨서 정확하게 위치 싱크를 맞춰줘야 한다는 점에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XD 덕에 모든 것을 아트보드 위에 올려놓는 습관을 들였다... 공감하는 사람?



환장의 콤보 스케치 + 앱스트랙트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스케치가 가장 손에 익고 편한 툴이었다. 다음으로 나올 피그마에 길들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단 스케치를 사용하는 클라이언트라면, 내부에 프로덕트 팀이 있을 확률이 높고 고로 UX/UI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많을 것 같아 희망적인 기분이 든다. 당연히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프더레코드니까 말하자면 자주 그랬더라는 소리다. 

스케치를 쓰면 짝꿍처럼 앱스트랙트를 썼다(이 때는 스케치도 실시간 협업이 안됐었다). 내부에서 버전 관리와 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앱스트랙트는 동일한 파일 하에 담당자 별로 브랜치를 파서 작업을 가능하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브랜치가 많을 경우 머지(브랜치를 합쳐 하나의 파일에 저장하는 것)를 순차적으로 해야 하며 그 시간이 매우 오래 소요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게 너무 불편해 올 초에 실시간 협업이 가능한 스케치 베타가 출시되자마자 써봤는데, 베타는 베타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피그마를 쓰면 고맙다.

근데 아직까지는 피그마를 정식 디자인 툴로 사용하는 클라이언트는 만나지 못했다.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대기업인데, 큰 조직일수록 모든 에셋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기에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리서치부터 와이어프레임까지의 단계에라도 피그마를 함께 활용해주는 오픈된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는 기쁘다. 피그마는 웹 기반이라 기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링크로 공유하기에 로컬 파일이 최신 본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실시간 협업이 아주 매끄럽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번은 피그마를 '파일' 형태로 저장해서 전달해달라 한 경우가 있었다. 파일을 눌러도 결국 웹으로 열리는데 말이다. 이 경우 마음 편하게 PDF도 같이 전달하는 편이 좋다. 



이 외에도 와이어프레임 작업을 위한 발사믹(클라이언트가 사용한다),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한 프로토파이, 프레이머(영상 추출해야 한다) 등이 있다. 아직 제플린도 자주 쓴다. 물론 문서 작성을 위해 키노트(PPT나 PDF 변환해야 한다), PPT나 그래픽 소스를 위해 어도비 프로그램도 곁들여 사용한다. 진짜로, 에이전시에 근무하면 툴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다.

오늘 불평처럼 늘어놓은 종합적인 사용성 외에도 라이브러리/심볼 관리, 속성 변경에서의 용이성, 퍼블리싱 팀과의 신속한 커뮤니케이션까지 고려하면 끝도 없다. 툴에 대한 선호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떤 툴을 쓰는지가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어떤 형태로건. 너무 감사한 건, 불과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툴이 많이 발전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처음 디자인 인턴을 했을 때는 포토샵을 사용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미 양반이고, 앞으로는 훨씬 빠른 속도로 편리해지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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