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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Sep 08. 2020

여름이 별

사랑을 시작했던 그 여름, 이별





같은 계절에 만나 같은 계절에 헤어지는 건 왠지 덜 슬픈 일인 것만 같다.

그를 만난 여름이 그래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그가 떠난 여름이 그래도 여전히 눈부신 걸 보면 말이다.  슬퍼할 겨를을 기다렸다가 뱉어내는 아픔은 햇살에 밀려 나가는 것만 같아 자꾸만 삼켰다. 그 햇살이 상처까지 깨끗이 씻어내 주었으면 좋을 텐데, 결국 계절이 다 지나서야 이내 아물었으니 여름이 이젠 갔구나 싶다.


'..' 하고 토해낸 그리움은 멀어지는 여름밤 속에 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에게 닿기도 전에. 사랑했던 우리의 여름을 그리고 우리를, 여름끝에 흘려보낸다.


한 계절이 겨우 내 지나가는 동안 밀어내고 싶었던 그의 흔적은 자연스레 점차 바래진 색처럼 희미해진다. 그래도 여름이 또 오면, 그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 들었던 그 노래가 들려오면,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내겠지. 생각지도 못한 어느 싱그러운 여름, 불시에  만난 사랑의 기억이, 그리고 뜨거워지던 여름에 불시에 맞이한 이별의 순간이 아무렇지 않게 불쑥 말이다.  

마치, 어젯밤 꿈에 사랑했던 우리를 기억해 내 다시 그가 웃으며 서 있었던 것처럼.


깨어나 보니 여름의 눈부셨던 우리의 기억만 남은, 나의 여름이 그렇게 간다.

여름 이별.




Paris, 여름
Paris,  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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