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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Jun 16. 2020

파리지앵들의 코로나 일상을 사는 법

프랑스 이동제한 해지령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프랑스에서 총 두 달간 외출이 제한된 일상을 살았다.

5월 중순, 이동 제한령이 풀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재택근무를 계속 이어가는 기업들이 많아졌고 출퇴근 시간 붐빌 대중교통을 제어하기 위해 회사에서 발급해주는 출근 증명서를 지참하여 탑승한다. 일반 용무의 이동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이나 한 번도 검사당한 적은 없다. 다행인 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되었고 미착용인 탑승자는 역무원들의 감시로 걸러내고 있으니 프랑스 답지 않는 꼼꼼한 검사로 조금 놀라긴 했다.


그러나 헤이 헤진 저녁 시간이나, 주말이면 여전히 마스크 미착용, 혹은 턱에 걸고 탑승하는 승객들을 마주치곤 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컨트롤하는 건 무리인가 싶다.



그 후로도 한 달여간 계속된 바와, 레스토랑의 영업 중지는 6월부터 풀렸다.

파리가 속해 있는 일드 프랑스가 안전권인 녹색으로 들어왔다는 판단하에 포장과 테라스 영업을 허가했다.

두 달 동안 실업급여 정책에만 의지 해 오던 사업자들은 테라스를 확보하기 위해 별의별 곳에 다 테라스를 만들었다. 주차로 쓰는 곳에 나무 판때기로 영역 확보를 한 뒤 잔디를 깔고 테이블을 올렸다.

어떤 가게는 자칫 먹다가 기지개라도 켜면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와 하이파이브도 가능할 만한 도로변에 테이블을 놓기도 했다.


경제는 다시 돌아가니 다행이지만, 다가오는 여름과 더불어 바캉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들뜨기 시작하는 듯하다.

사실 이동령 제한이 풀렸을 때 그건 100킬로 반경 내에서만 해당이 되어 자유가 자유가 아니었다.

6월에 들어와서 그 마저도 풀렸고 파리지앵들은 풀린 국경을 넘어 여행을 가기도 했고, 공원과 센 강 주변으로 날마다 나왔다. 삼삼오오 와인 한 병씩을 들고 모이기도 했고, 피크닉을, 선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은 코로나 청정지역이 아닌 마스크가 없는, 마스크 청정지역이었다.


파리를 산책하다 내려다본 센 강은 관광객이 줄어든 숫자만큼의 빈틈이 있을 뿐이었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성한 파리지앵들의 출석률을 자랑했다. 그 인파가 주말이면 엄청나 감히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흔한 주말의 센강 풍경 @파리 5월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한 탓에 파리지앵들만 있는 파리에 살고 있는 건 처음이다.


연신 뉴스에서는 바이러스는 늘 우리 곁에 존재하고, 종식된 게 아니니 경각심을 잊지 말아라고 말하며 마스크를 여전히 권고하고 있지만 격리 해제가 된 5월 중순부터 낙천적인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간 듯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물론 지하철과 상점 등 밀폐된 공간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착용 의무이고 경찰들과 역무원들의 체크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파리 산책을 하다 보면 우리가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겁이 나기도 한다.


센 강은 여전히 빛나고, 파리는 눈부시고 우리가 사랑하는 초여름이 왔지만 각오했던 시간이었다.

격리 동안 마스크를 해도 좋고 제한되어도 좋으니 자유롭게 걷게만 해 달라고. 그 일상도 감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리지앵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일부 배려하며 잘 지켜주는 프랑스인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자유로움을 더 추구하고 있는 듯하다.

참고 견딘 만큼 주어진 이 해방감을 지금이 아니면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성에서 나오는 이 문화겠지만 나는 파리에서 아시아와 확연히 차이 나는 코로나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니까, 젊은 그들에게 코로나는 이길 수 있는 감기 같은 거고 미리 사서 하는 걱정과 대책을 챙기기에 두 달간의 이동 제한은 너무 가혹했기에 지금은 즐길 준비를 만만히 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거다.


트로카데로의 한 카페가 손님을 맞는 방법. 테이블 마다 칸막이를 설치하고  큐알코드로 주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버스 정류장에 마련된 손 소독제. 어랏? 프랑스.. 이런 것도 할 줄 안단 말이지?



인생이 오늘 맑지만 내일도 맑으란 법이 없기에.

맑은 오늘을 위해 테라스로 나와 광합성을 하는 행복을 선택하자는 거다.


같은 지구에서 우리는 같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데,

매일 평균 500명씩 감염자가 발생하는 프랑스를 한발 물러서 보고 있노라면. 아, 이게 인생이라는 건가 싶다.


그래, 적어도 낙천적인 건 인생에서 필요하다면 필요한 거니까.

아이러니한 코로나 시대를 보는 아이러니한 파리지앵들의 일상은 이렇게 계속되겠지.

가을이 오면 그래도 이들은 낙천적인 시선으로 파리를 볼 수 있을지.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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