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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와이 Oct 31. 2018

아내의 하루

육아의 하루







아내는 할 일이 많다.


아이도 봐야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밥도 해야 하고
무슨놈의 설거지는 하루종일 해도 쌓여만 가는지

퇴근한 신랑에게는 그저 똑같은 집일지 모르겠지만, 난 그동안 쓸고 닦고
아이가 먹고 흘린 거 치우고 , 물이나 흘렸으면 좋으련만 왜 닦는것마다 찐득찐득한 액체들뿐인건지
굳어져 그걸 밟고 지나칠 때면 껌처럼 질척하게 발에 붙어
발을 씻어야 하는건지 바닥을 먼저 닦아야 하는 건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건지 와 같은 순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맞이한다


밥은 해줘야 하는데 후다닥 반찬을 만들고 있노라면
아이는 내 다리에 붙어서 놀아달라는 제스춰와 드러눕기 신공을 보이고

텔레비전 많이 보여주지 않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간건지
급박한 상황이면, 뽀로로 핑크퐁 캐리언니를 소환하고 미친듯이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초토화가 된 방바닥을 치운다




나는 치우려고 태어난 것인가 싶지만 그래도 치운다

신랑이 출근하고 ,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잠시 아주 잠깐의 휴식을 누렸다가 (그마저도 살림의 연속)
아이를 데리러가는 시간이 다가오면 휴식도 잠시 내 심장은 쫄깃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녀와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넘치는 에너지는 집 밖에서 써야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엔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갈 수 있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너무 덥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그마저도 못한다.
(제발 사계절 내내 날씨가 좋았으면 싶다)


한바탕 에너지를 쏟고 집에 들어가면,
저녁을 먹여야 할 시간.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빠와 저녁시간을 맞추면 참 좋으련만
아빠의 퇴근은 항상 늦다.


후다닥 반찬을 해서 아이를 먹이고 나면, 남편의 퇴근 시간.

2차전의 저녁을 준비한다.

아이의 식단과는 다른 남편의 저녁을 위해 오늘 하루 내내 고민한 반찬은 뭐할까의 종착역이
오늘 저녁식탁에서 나온다.

손이 빨라지는 건 엄마가 되니 어쩔 수 없나보다.
빛의 속도로 밥을 하고 반찬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퇴근해 피곤하다며 드러눕는 신랑을 일으켜세워 밥을 먹인다.
그 사이 나도 밥을 먹고
신랑은 아이와 놀아주는 건지 자는건지 모를 놀이를 하고선 침대와 한 몸이 되고

나는 빛의 속도로 식탁을 치우고
아빠엄마가 밥 먹는 사이 또 한 번 초토화가 된 거실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다 보면

잘 시간.


아이를 목욕시키고 옷 안 입겠다며 발가벗고 달려다니는 아이를 잡아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히고 나면
헉헉대며 옷을 입히고 있는 날 발견

분명 손을 넣을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옷에 손을 안 넣고 몸에 힘을 쭉 빼고 있는 아이를 볼 때면
내 안의 악마가 소환되지만,

참고 또 참고 인내하며 이를 꽉 깨물고 아이의 옷을 입힌다
옷 입히는 것만으로도 전쟁아닌 전쟁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코스

양.치.질

양치하라고 칫솔 주면 잘근잘근 씹어서 칫솔은 일주일에 두번씩 바꿔줘야 하고
쪽쪽 빨아먹는 치약은 절대 헹구려 하질 않고
해준다 하면 도망가고, 혼자하라 하면 장난치고

그러다보면 내 안의 악마 진짜 소환

양 다리 사이에 아이를 끼고 입을 벌려 양치질을 시키는 그 순간이란.
아이의 울음소리와 엄마의 스피드만이 살 길



아, 잊고있었다.
그 동안 남편은 뭐하냐고 ?


누워있지.
침대와 완벽한 한 몸.





양치질 시켜달라하면, 안돼~난 못해. 우리 아가 잡고 난 못해~~~~~~~
라는 소극적인 행동으로 일관하며 핸드폰만 보고 있는 당신 ! 남편들 !! 반성해라 진짜.


암튼 하루의 마지막코스인 양치질까지 끝내고 나면

아이는 잘 시간

제일 억울한 건, 아이 재우고 내시간 가져야지
맥주 한 캔 먹으면서, 핸드폰도 보고 주문할 것도 주문하고, 영화도 한 편 봐야지 라는 생각에 들떠있다가

하도 안 자는 아이 옆에서 자는 척 하다가
 같이 잠들어버리면 .....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정말.



요즘 나는 아이 재우다가 항상 같이 잔다.
억울한 아침을 맞이하다가, 위의 상황이 하루하루 되풀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가는 내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육아에 전혀 도움안되는 남편도 밖에서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럽고 그렇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하루라지만,
이 하루가 쌓여 내 아이의 유년시절이 되고, 젊은 날 나의 추억이 될테니

힘들어도 이 순간을 즐기는 수밖에.


육아 ! 힘들지만, 즐겨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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