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니슨 명치때리는 딸아빠들의 감성 메모
'적응' (햇살 아빠)
학창 시절 학년이 바뀌어 서로 서먹하면 먼저 말을 걸었다. 직장을 옮겨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먼저 같이 밥을 먹곤 했다. 이사를 하여서 동네가 낯설 때면 구석구석 조깅을 했다. 세월을 지나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내 나름의 방법들이다. 이제 십 년 이상 사회생활도 했고 앞으로 크게 달라질 환경은 없을 거로 생각했던 내게 큰 변화가 왔다. 바로 출산. 부모가 된다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내게 벌어졌고 그렇게 나는 갓 30일 된 아기의 아빠가 되었다.
조리원을 퇴소하여 집에 돌아오자 나와 아내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두세 시간마다 밤잠을 깨우는 울음소리, 갓난이를 팔에 매달고 엉덩이를 씻겨주고 기저귀를 채우는 일, 소파에 앉아 캥거루 케어라며 잠든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한두 번 해보며 설령 익숙해지더라도 그다음 성장 단계는 결국 처음 경험하는지라 계속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 부모에게 맡겨진 숙명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적응은 곧 ‘생존’의 문제였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실내 온습도에 적응해야 했다. 하복부를 불편하게 감싸는 종이 기저귀에 적응해야 했다. 자신을 먹이고 입히는 부모의 양육에 적응해야만 했다. 부모로서 새롭게 겪어야 할 변화는 아이가 적응하기 위해 맞닥뜨리는 모든 새로운 환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한없이 간사해서 내 입장만 먼저 보게 되는데 이제 부모가 되면 아이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의 세상 적응을 잘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밤 다시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