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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un 08. 2023

프로젝트 강정동

제13화 필연인가 우연인가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 생각이 드는 12월의 끝자락, 추웠던 며칠을 뒤로하고 봄인가 싶은 오전이었다. 잔잔한 음악과 갓 내린 커피를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 속에서 책과 다이어리를 뒤적이며 한 해를 돌아보는 중이었다. 한 모금 두 모금 세 번째 입을 대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귀가에 번쩍 스친다. 응?! 


쓱배송이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배송차량이 유리창이라도 박았나?! 얼른 나가보니 대문 밖 골목은 평온 그 자체다. 내가 잘못 들었겠지 하며 들어오는 순간 빠직?! 빠작?! 뽀짝?!  모든 청각에 집중하며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그 소리의 시작은 옥상층으로 향하는 복도. 벽체 그 위의 타일이 금이가고 쪼개져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갈라져 솟은 타일들, 딱딱 소리를 내며 금은 벽 전체로 퍼져가고 있었다. 끝을 꿈꾸던 순간은 온데간데없이 저 멀리 사라졌다.


철거는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미 오버된 지출로 마감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위험한 것부터 처리하자는 심산으로 철거팀을 소환했다. 철거팀도 지겨운지 또 여기냐며 한 번에 몰아서 부르라는데 나 역시도 정말 그러고 싶다! 소리칠 뻔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2022년 12월 옥상층 철거


한바탕 철거팀이 현장을 휩쓸고 지나가니 쓸쓸한 정적이 흐른다. 상황을 직면하기 위해 철거된 벽면을 마주할 차례다. 생각보다 철거된 벽면상태는 양호했다. 어떻게 보면 꾸질한 십 년 전 타일보다는 재밌어졌달까. 마감은 흰 페인트를 칠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옥상층에 오르자 잊고 있던 사실 하나, 지붕아래 다락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 집을 처음 지을 때 업자가  옥상층 문 반대편으로 지붕아래 다락공간 하나 더 있다고, 벽만 털어내면 공간을 틀 수 있게 콘크리트 대신 샌드위치블록으로 통로를 막아놨으니 필요하면 털어서 쓰라고 했던 그 공간이었다. 벽을 털자니 마감이 걱정이었지만 어차피 드러난 공간을 그냥 덩그러니 비워두기엔 찝찝했다. 뭔가 기어들어가 살 것도 같고 어두컴컴하게 두고 싶지 않은 마음었다. 앞뒤재지 않고 일단 털어보기로 했다.


잊고있었던 옥상층 여유공간으로 향하는 통로


망치로 톡톡 두들이면 될 거라더니 꽤나 힘을 들여 망치질을 해야 털어낼 수 있었다. 혼자 하는 망치질은 꽤나 무거웠다. 두텁게 울려 퍼지는 망치질 소리 사이사이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이렇게까지 돈고생 마음고생할 줄 알았어도 그렇게 호기롭게 리모델링 공사에 덤벼들었을까?!

이번에도 역시나 몰라서 가능한 일이다!

내 공간이니 할 수 있는 투자다!

만들어내는 재미는 있는데 이번에는 참 힘이 많이 드네!

어떻게든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비밀의 공간을 오픈하다 / 툭툭 망치로 때려 샌드위치 블럭을 거둬내다

조금씩 털어내자 지붕 아래 암흑의 공간이 열렸다. 콘크리트의 거친 바닥 위로 천장에는 스티로폼 단열재가 붙어있었다. 뜯으면 뜯을수록 뭐 하나 반듯하지 않은 현장이었기에 전기 설비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전기배선이 되어있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마치 모든 상황이 고난이니 이 정도의 달콤함은 주겠노라하는 하늘의 선물 같았다. 그 달콤함을 한 입 베어 물고 그렇게 공사는 다시 시작됐다.

비밀의 공간이 모습을 들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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