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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1; 20세기 여성시대를 열다
by
정신분석 심리분석가 꿈 분석가 최민식
Sep 25. 2022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의 장편소설 [올랜도](1928년 출간)는 흔히 페미니즘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큰 줄거리가 '남자가 여자로 변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트랜스젠더' 개념을 가져와 한 사람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트랜스젠더' 개념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올랜도(Orlando)의 성전환
소설 속의 올랜도는 1588년 영국에서 16세의 미소년으로 등장한다.
17세기 말에 삼십 세가 되면서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다.
16세기 엘리자베드 여왕 시대에서 19세기의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거쳐 1928년에 이르러 36세가 되는 여자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36세의 짧은 나이에 긴 세월 368년을 산 사람의 이야기를 사실성에 상징성을 담아 기술했다.
번역자 박희진은
"겉으로 드러난 전기적 측면과 판타지적 요소 저변에는 울프가 그녀의 소설에서 한결같이 다루어 온 중후한 테마인 '삶이란 무엇인가?'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라고 해설한다.
올랜도의 성전환을 사실성에 비춰 말한다면, 뒷받침해 줄 만한 생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러시아 공주 사샤와의 사랑의 고뇌에 빠졌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자(그녀는 무어인에게 살해당했다) 크게 실망한다.
실의에 빠져 은둔생활을 하고자 하였지만 해리엇이라는 여인이 지속적으로 유혹하는 손길을 피해 콘스탄티노플 대사를 자청하여 파견된다.
그곳에서 세속적인 야망과 명예욕을 채우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산다.
자신의 성격과 동 떨어진 사느라 받은 스트레스로 길고 깊은 잠을 자고 깨어 보니 여자가 되었다.
사실성으로 보면 며칠간의 잠이지만, 상징성이 가미되면서 100년이 지나 17세기 말 삼삽세가 되면서 남자에서 여자로 변모한다.
여자는 남자보다 9배 더 즐겁다
제우스와 헤라 간에 논쟁이 붙었다.
논쟁의 주제는 '성관계를 할 때 남자가 더 즐거운가 여자가 더 즐거운가?'였다.
남자는 남자로 밖에 산 적이 없고, 여자는 여자로 밖에는 산 적이 없으니 남자와 여자 간에 이러한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두 신은
남자로도 여자로도 살아 본 테레아시아스에게 묻기로 했다.
테레아시아스는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는가?
하루는 테레아시아스가 펠레포네소스의 어느 산을 산책하는 중, 암수 뱀 두 마리가 교미를 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교미 중인 두 마리의 뱀을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방해하며 떼어 놓았다.
그랬더니 뱀이 테레아시아스에게 '여자로 변하라'라고 저주를 했다.
테레아시아스는 그렇게 여자의 삶을 살게 되었다.
여자로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았다.
그렇게 7년을 살던 중, 어느 날 그는 7년 전과 똑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이번에는 테레아시아스가 뱀들이 교미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랬더니 뱀이 테레아시아스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어주었다.
그래서 테레아시아스는 다시 남자로 돌아왔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제우스와 헤라는 해결되지 않는 논쟁의 결말을 보기 위해 테레아시아스에게 묻기로 했다.
그러자 테레아시아스는 이렇게 말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9배 더 즐겁다"
화가 난 헤라는 테레아시아스에게 앞을 못 보도록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제우스는 최고의 신이지만, 다른 신이 내린 저주를 무효화할 수 없는 올림푸스의 전통에 따라 특별한 보상을 내린다.
예언의 능력과 다른 사람보다 7배를 더 살 수 있는 긴 수명을 선물로 주었다.
그래서 테레아시아스는 나르시수스 신화, 오이디푸스 신화 등 중요한 상황에서 탁월한 예언자로 자주 등장한다.
[올랜도] 소설, 여성시대를 열다
올랜도 이야기와 테레아시아스 이야기 속에서 공통점은, '남자가 여자로 바뀐다'는 점이다.
울프는 왜 이렇게 글을 써야 했을까?
1893년 뉴질랜드에서 여성 참정권 탄원서가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호주(1902), 핀란드(1906), 노르웨인(1913), 덴마크(1915)에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었다.
이제 여성도 법적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졌고, 여성도 투표권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남녀평등이 공식화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버지니아 울프는 1928년도에 [올랜도]를 발표한다.
[올랜도]는 당시 남성과 동등한 여성 인권을 확산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설이었을 것이다.
[올랜도] 소설, 울프의 글쓰기 목적
내가 보기에 울프가 이 소설을 쓰는 목적을 네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겠다.
그 네 가지를 염두에 두면서 [올랜도]를 읽으면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레즈비아니즘의 극복이다.
[올랜도]는 탁월한 페미니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내가 보기에 [올랜도]는 근대 페미니즘 소설의 원형이라 해도 무방하다.
울프는 이 소설에서 동일인을 남자 올랜도, 여자 올랜도로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울프는 40세가 되던 해, 연인이 되어 서로 예술적 영감을 선사했던 비타 색빌 웨스트(1892~1962)의 전기를 [올랜도]라는 소설 형식을 빌어 출간했다.
울프가 과연 동성애자였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올랜도] 출간 후 레나드 울프(Leonard Woolf)와 결혼 함으로써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다.
[올랜도] 출간 후, 오히려 비타와 거리감이 생겼다.
비타는 자신의 글 안에서 동성애 표현을 했지만, 울프의 [올랜도]는 동성애적 애정은 묘사되지 않는다.
당시 영국은 남성들 간의 동성애는 불법이었지만, 여성의 레즈비아니즘은 불법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프는 소설 [올랜도] 안에서 성적 표현이나, 레즈비아니즘을 완전히 배제하였다.
울프의 의도는 이 소설을 통해 동성애적 성향을 행동화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엿보인다.
울프의 동성애 파트너였던 비타 역시 결혼하여 남편에게 충실하였고, 레즈비아니즘은 일시적인 성적 성향으로 여겼다는 것이 그의 유품으로 남겨진 일기에서 그녀의 딸이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400년 간의 영국 사회의 실상을 역사성과 사실성에 입각하여 리얼리티를 탐색 함으로써 시간을 초월하는 판타지 소설로 비치는 오해를 막고자 하였다.
https://namu.wiki/jump/xYgy1VYrl2Qohmle9ByktYOOkb9PMjD%2F4cqx6jqrIjXyvSH%2BZ1O2UoQszXZpE07QzQzT%2F9HTXxTv8xLK2QlV1niO6O5cKYzMFe7ccjitXD1FxBCWK7SRNbelFGGkdB4l
(The Great Frost, 대한파)
[올랜도]는 1500년대 후반 엘리자베드 1세 여왕 시절(1558~1603)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빅토리아 여왕(1867~1901) 시대를 거쳐 20세기 초반의 시대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스케치한다.
1608년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닥친 대한파에 대해, 울프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새들이 공중에서 얼어 돌처럼 땅 위에 떨어졌다..... 젊은 시골 여인이 길을 건너다가, 길모퉁이에서 차가운 돌풍을 만나 순식간에 가루로 변하더니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지붕 위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 결혼식에서 필수 코스가 된 결혼 서약이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도 기술되어 있다.
크리놀린은 19세에 결혼하여 30세가 되면 15~20명의 자녀를 낳은 여자들의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한 드레스라고 묘사되고 있다.
크리놀린(
Crinolin )
드레스
셋째, 제국주의 및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올랜도]는 남자와 여자, 영국과 이민족 등 이항대립을 극복하고자 한다.
올랜도가 남자였다가 여자로 변모하는 것을 통해 울프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은 양성적 존재'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울프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고, 영국인과 이민족의 경계를 허물면서 근대 영국이 지향하는 제국주의를 비판하고자 한다.
울프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는 이항대립적 국가관 및 세계관을 무너뜨려야 했다.
근대적 세계관이란 데카르트가 설정한 주체와 객체라는 이항대립이었지만, 객체는 주체에 종속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국가관 역시 데카르트의 주체 중심의 세계관에 힘입어 유럽을 주체적 국가의 위치에 놓고, 미개하다 여긴 제3 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적 식민지를 정당화하였다.
울프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 주체와 객체의 위치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만큼 여성으로서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근대적 사고에 도전하였다.
그리하여 울프는 남성 올랜도를 여성 올랜도로 전치한다.
넷째, 혼돈스러운 근대적 정체성을
극복하고,
20세기에 맞는 정체성으로 확립하고자 함이다.
'근대'나 '현대'는 영어로는 같은 'modern'이다.
이처럼 근대와 현대는 완전히 다른 세계이지만, 구별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나는 '현대를 'contemp
orary'라고 칭하여 근대의 'modern'과 구별하고자 한다.
이렇게 구별해야 울프가 의도하는 시대 구분이 가능하다.
울프가 올랜드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400년이라는 역사적 사실성과 시간을 초월하는 판타지 기법을 동원하였다.
울프가 생각하는 '근대'와 '현대'의 시대 구분은 바로 세계 및 사회 속에 여성의 등장을 중요한 기점으로 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프가 진정으로 고민하는 것은 [올랜도]의 결론에서 나온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위치에 놓음으로써, 사람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 이래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여 인간의 본성이나 정체성을 논할 때 그 주체는 남자였다.
진리는 남자를 위한 것이었다.
이를 뒤집은 철학자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chsche)였다.
니체는 [선악을 넘어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진리가 여자라면...'
이 한 마디는 사실상, 니체가 선언한 '신은 죽었다'는 명제보다 더 충격적인 말이다.
니체의 니힐리즘은 바로 2500년간 쌓아온 남성 중심의 진리를 무너뜨렸다.
니체의 여성 중심의 진리관의 등장으로 균형 잡힌 인간의 정체성을 논할 수 있게 되었다.
울프는 바로 이러한 사상적 흐름의 맥락을 타고 여성의 위치를 남성과 대등하게 설정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버지니아 울프의 페미니즘이 오늘날의 페미니즘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다음의 글들을 통해 밝혀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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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박사, 23년째 정신분석 상담. 공간과 공감 심리상담 대표, 한신대 정신분석대학원 외래교수(역임), [불안한 부모를 위한 심리수업]저자. 광고협업cms674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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