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올랜도]2-1;그는 왜 그녀가 되었나?

작가 울프는 소설 [올랜도]에서 남자가 여자가 되는 성별의 변화를 표현함으로써 레즈비아니즘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여기에는 작가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울프의 동성애 파트너인 비타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전치시켜 표현했지만 그 소설 안에는 레즈비아니즘 대신에 남자가 여자가 되는 모양으로 레즈비아니즘을 극복한 것이다.

남자였던 올랜도를 여자로 변모시키는 것을 통해 울프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은 양성적 존재'라는 것이다.

올랜도가 남자일 때와 여자일 때를 살펴보자.


남자 올랜도의 활약상


남자로서 올랜도의 역할은 모든 면에서 매우 정당했다.

러시아 대사의 딸인 사샤(Sasha) 공주를 열정적으로 사랑하였다.

그녀에 대한 사랑은 나중에 올랜도가 여자가 된 후에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할 만큼 생생했다.

그것은 올랜도가 여자가 되어도 여성 안에는 남성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올랜도가 남자였을 때의 기억이 여성 올랜도의 내면 안에 남성성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올랜도는 왜 굳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어야 했는가?

올랜도가 남자로서 충실한 삶을 살았다.

뭇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귀족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일에도 매우 충실했다.

가문의 영광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해 내는 데에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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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귀족과 신사들에게 여러 차례 화려한 연회를 베풀었다.

365개의 침실이 한 달 내내 차 있었다.

52개의 계단에서는 손님들이 서로 밀쳤다.

300명의 하인들은 부산하게 식료품 저장고를 들락거렸다.

연회는 거의 매일 밤 열렸다.

이리하여 몇 년이 못 가서 올랜도의 벨벳은 닳아 버렸고,

재산은 절반이나 써버렸다.

그러나 그는 이웃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았고, 그 고장에서 20개 가량의 직암을 갖게 되었으며,

해마다 그에게 감사하는 시인들이 역겨운 찬사를 담아 열 권 이상의 시집을 그에게 헌정하는 것이었다."(100~101)


이처럼 올랜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페르소나를 유지하고 사교성을 발휘하는 데 열심이었다.

올랜도는 자신에게 이성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루마니아 대공부인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찰스 왕에게 콘스탄티노플에 특사로 보내 달라고 청했다.

올랜도는 그곳에서 인생의 절정기에 달했다.

그는 외교관으로서 의무를 다해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을 뿐 아니라, 온갖 일화와 소문과 각종 서사들이 회자되면서 많은 남녀 사이에 숭상의 대상이 되었다(112~113)

자기가 맡은 바 임무를 지칠 줄 모르고 수행하여 대사 노릇 2년 반도 되기 전에 찰스 왕은 귀족 반열에서 가장 높은 지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영국 해군 제독 아드리언 스크로프 경이 왕을 대신하여 대사관에서 올랜도의 목에 바스 최고 훈장을 걸어 주었고, 그의 가슴에는 별 모양의 훈장을 달아주었다.

다음 순서로 제독이 올랜도의 머리에 딸기 잎 장식이 달린 관을 올려놓는 순간, 거대한 소요가 일어났다.


여자로 변모한 올랜도


제독은 수병 100명을 동원해 소요를 진압하였다.

올랜도는 손님을 다 돌아가게 한 뒤 새벽 두 시에 문을 잠근 후 공작 휘장을 그대로 단 채, 잠이 들었다.

그 후 그는 깊은 잠에 빠지면서 마침내 혼수상태에 빠졌다.

잘 때는 훈장과 휘장을 다 달고 있었지만, 깨어나 몸을 일으킬 때는 완전히 벌거벗은 채로 곧바로 섰다.

그때 그는 여자였다.

올랜도가 여자가 되었지만 "모든 점에서는 올랜도가 남자였던 이전과 꼭 같았다. 성의 변화가 비록 그들의 미래를 바꿔놓기는 했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123)

올랜도는 자신이 여성으로 변모됨을 부끄러워하거나 또는 이상하게 여기거나 감추지 않고,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간다.

오히려 "한동안 그녀는 변화가 너무 기뻐서 그것을 사색으로 망치려 하지 않았다."(125~6)

그녀는 콘스탄티노플을 떠나 외곽의 고지에 도착해 이전부터 관계를 가져온 집시족에게로 갔다.

집시들은 야만인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는 무지한 사람들이었다.

올랜도는 365개의 방과 52개의 계단이 있는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집시들은 결혼하고 정착한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올랜도는 그들을 떠나게 된다.



경계를 넘나드는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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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를 넘나 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통해 울프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인식의 확대와 자아 해방이었다.

울프는 '여성'이라는 올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당시의 정치적 문화적 제약을 넘어서는 시도를 한다.

이에 대해 부산대 손일수 교수는


"올랜도는 400년간의 환경 변화를 몸에 축적하며 살아간다. 작중 그/녀는 자신의 성 변화에 비해 환경 변화에 의한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올랜도의 반응은 마치 장기간의 환경 변화가 축적되어 야기하는 인간성의 변화에 비하면 성 변화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라고 기술한다.

[올랜도]에서 저자가 경계를 넘는 것은 성 경계뿐만이 아니다.

영국인과 이민족 사이의 인종의 경계를 넘어선다.

그리하여 제국주의적인 사회적 축조물을 해체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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