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2-2; 여성 내면의 여성성

울프의 오류

([올랜도] 2-1와 연결되는 글)

저자 울프의 오류


울프가 이 소설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사람은 양성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울프의 오해가 있다.

울프가 말하는 양성적 존재라는 것은 올랜도처럼 남자였다가 여자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거꾸로 여자는 여자로 살다가 남자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울프는 이렇게 동성애를 양성적 존재로서 겪어야 마땅한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울프의 고뇌가 담겨 있다.

그 고뇌는 양성적 존재임을 발견하면 꼭 동성애로 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모아진다.

울프의 동성애 파트너인 비트의 일기 안에 그런 고뇌가 담겨 있다는 것을 비트가 죽은 후 딸이 발견하게 된다.

비트는 동성애적 감정에 압도되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트는 자신의 남편에게 아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그 결과 가정을 지킬 수 있었다.

비트가 그런 생각이었다면, 영혼의 깊은 심연에 함께 닿아 있었던 울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마도 비트가 일기에 솔직한 감정표현을 했던 것처럼, 울프 역시 [올랜도]를 통해 그런 갈등을 글로써 극복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여성 안에 있는 여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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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칼 융이 이들 앞서 [분석심리학]을 제시했다면 이러한 갈등은 쉽게 해소되었을 것이다.

남성 안에는 남성성을 선두 인격으로 가지고 있고 그 이면에는 여성성이 있다.

여성은 반대로 여성성을 선두 인격으로, 남성성을 이면 인격으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에 비해 매우 이 둘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남성은 처음부터 남자고 살지만, 여성은 처음부터 여자로 살지 못한다.

흔히 여자는 당연히 여성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가 자기 안에 있는 여성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다이아몬드 광산을 찾기보다 어렵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자보다 한참 뒤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눈에는 이렇게 보인다.


저자 울프가 비트에게서 여성성을 발견하여 동성애 파트너로 삼은 것.

그리고 저자가 올랜도를 등장시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시켜야 했던 절박함은 과연 무엇인가?

여성은 어릴 때부터 여성성을 감추면서 산다.

말하자면 여성은 어릴 때부터 히스테리화 된다.

히스테리라는 것은 여성의 몸이 남성화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남는 방식이다.

여자가 아이 때부터 여성성을 드러내어 성적 분위기를 아무 곳에서나 뿜어대면 자신이 위험해지는 것을 감지하여 히스테리화 된다.

그래서 여성은 자라면서도 여성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대신 남성성과 모성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여성은 여성성을 계속 감추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여성은 중년기가 되면 여성성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물론 여기에는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이 있다.

그래서 중년기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여성성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중년기에 여성성을 찾아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유보하면 자신의 여성성을 만나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모성성을 내려놔야 한다.

여성이 모성성과 남성성을 사용하는 것은 가부장적 질서 하에서 생존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중년기가 되면 부부관계의 권력의 기울기가 반대로 작용하여 관계 역전이 일어난다.

이런 과정에서 여자는 내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여성성을 발굴하게 된다.

울프나 비트는 자신 안에서 발견되는 여성성을 자신의 선두 인격으로 삼지 못하고 동성 대상에게 투사를 하여 고뇌에 빠지게 된 것이다. 만일 울프에게 비트가 없었다면, 그리고 비트에게 울프가 없었다면 자신의 여성성을 투사할 대상을 만나지 못한 채 또 다른 고뇌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여성성이 발견되었지만 내 것인 줄 모르고 투사할 대상을 찾아 여성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동성애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동성애 여성이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이처럼 여성에게 여성성은 자신의 고유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 것으로 인정하기가 어렵다.

오죽했으면,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책을 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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