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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생각을 언어로 바꿔주기

아기는 처음부터 언어적 존재

태아도 생각한다


어느 산부인과 의사는 '3명 중 1명은 뱃속에 있을 때 바깥 상황에 대해 겪었던 일을 기억한다'는 말을 했다.

물론 그 기억은 5세를 넘기면서 대부분 사라진다고 한다.


프랑스 아동 정신분석가 프랑수와즈 돌토는 좀 특별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 태중에 있는 딸은 '내가 잉태되는 순간 어머니가 오르가슴을 느꼈을까?'라는 의문은 가진다고 한다.

즉 딸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존재의 틈을 노린다는 말이다.

그런 딸은 대개 '아버지의 딸'이 된다

이런 딸은 어머니와 동일시하기보다는 아버지와 동일시하기를 원한다.

태어나서도 그 딸의 일차 목표가 아버지와 존재의 틈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를 밀어내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한다.

그 아버지의 눈은 아내보다 딸에게 먼저 돌아가고 날이 갈수록 '딸 바보'가 되어 갈 것이다.  

아버지의 딸은 이미 태중에서부터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관계가 벌어져 있음을 인지했고, 세상에 나와서 어머니를 밀어내고 아버지를 독차지하는 쪽으로 권력구조를 만들어낸다.

아기는 감정으로 인식한다


프랑스 아동정신분석학자인 프랑수와즈 돌토는 '갓 태어난 아기도 언어의 존재이며, 아기는 주변 환경의 심리적 감정적 혼란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존재'임을 확신했다.

아기가 말을 배운 적이 없는데 어떻게 어머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가능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기의 존재를 무시하는 처사다.

아기는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감정으로 인식할 것이다.

어떤 감정일까?

몸 자체로 또는 존재 자체로 인식하는데 그 수단은 사고가 아니라 감정이다.

몸은 감정을 담는 그릇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들은 대부분 무의식적 기억으로 넘어가는데, 그것은 감정으로 몸에 기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동물들에게 감정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에게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데카르트 시대에는 동물을 마취 없이 그대로 생체실험을 했다고 한다.

동물을 통증을 느끼는 존재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몸을 가졌다는 것은 바로 '감정을 가졌다'는 뜻이다.

특히 유아기는 감정을 통해 주변 상황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시기이다.


신체 언어

돌토가 말하는 신체언어라는 것은, 의식은 막혀 있어도 신체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하루는 돌토가 어떤 아동을 치료하는 데, 그 아이는 함묵증이 있어 말을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돌토는 아동의 신체 언어에 관심을 보였다.

치료를 받으러 온 아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서, 돌토는 그 아이의 신체의 움직임에 유심히 관찰했다.

돌토는 아이가 멋쩍어하는 중에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내게 입으로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네 발가락이 고개를 숙이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네?"


이처럼 신체는 '감정을 드러내는 신호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그런 신체 언어를 드러내면, 분석가가 하는 일은 그 감정의 신호를 언어로 바꿔 주는 것이다.


아기가 생각을 언어로 바꿔주기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의 역할 중 하나는 말을 못 하는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언어로 바꿔 주는 일이다.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울면, 건강한 어머니는 그 울음소리를 듣고 배가 고파서 운다는 사실을 저절로 안다.

그때 어머니는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언어로 바꿔줘야 한다.


  "네가 지금 배가 고픈 거로구나. 젖을 달라는 이야기지?"


아기가 기저귀를 갈아 달라고 울 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젖 달라고 우는 울음 소리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어머니는 그 차이를 구별할 줄 안다.

그때 어머니는,


  "아하~ 지금 네가 오줌을 싸서 불편한가 보구나. 기저귀 갈아 달라고 우는 거지?"


하며, 아이가 울음 신호를 통해 보내는 생각을 이해한 어머니는 그 신호를 언어로 바꿔 바꿔 줘야 한다.


아기의 생각을 언어로 바꿔 주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아기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어머니의 공감받고 아울러 확인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기의 언어화 효과


아기에게 언어화할 때 그 첫 번째 효과는 아기의 존재 상승 욕구에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는 점이다

어떤 아이는 배가 고파서 울 때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울 때마다 모성애가 부족한 어머니는 이를 귀찮게 여겨 때리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아이는 배고픈 것이나 똥오줌을 싸는 것이 어머니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아기가 울 때마다 어머니가 적절하게 말로 바꿔 주고, 공감적으로 돌봐주는 역할을 수행하면 아기는 자신의 그런 행위가 당연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과 표현방법들에 대해 확고한 주장성을 가지게 된다. 


아기는 성장해 가기 위해 그다음 단계의 동작을 할 때 어머니의 언어적 칭찬을 해줌으로써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누워만 있는 아기가 3개월이 지나면서 몸을 뒤집게 될 때, 우울증을 가진 어머니가 아무런 칭찬을 해 주지 않으면, 아기는 자신의 존재상승욕구가 혹시 잘못되었나 하는 의심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그다음 단계의 동작을 할 때 주저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기의 몸이 그다음단계의 동작을 할 때 어머니가 칭찬해 주고, 손뼉 쳐 주며 기뻐할 때, 아기는 존재상승욕구를 극대화시켜 나갈 것이다.


두 번째 효과는 불안을 해소해 주는 효과이다.

 아기가 자기 언어를 가질 수 있어야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 전이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방어를 할 수 있게 된다.

아기가 언어를 가진다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사건화 시키고 역사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불안의 리비도의 흐름을 끊어놓을 수 있다.

불안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불안을 매듭지어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언어는 흘러가는 리비도를 매듭을 짓게 한다.

말은 불안을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 효과는 정서적 치료의 효과이다.

아기를 양육하면서 100% 성공하는 어머니는 없다.

어머니들은 자녀 양육에 실패하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인가 그렇지 아닌가 가 중요하다.

적절한 실패는 아기의 정신 발달에 크게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실패, 치명적인 실패는 아기의 인생에서 일평생 장애로 남을 수 있다.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돌토는 '언어로 말 걸기'를 제안한다.

돌토는 자폐 상태로 돌입한 아이를 어머니가 말로써 치료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아기의 굳어져 가는 생각을 치료해 주는 어머니의 언어


돌토는 7개월 된 아기가 급작스럽게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한 경우에 대해 언급한다.

어머니가 급격한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장기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기는 누군가에게 맡겨졌지만, 아기는 예기치 않은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해야 했다.

어머니가 병원 치료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아기는 이미 자폐 상태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와도 아기는 돌처럼 굳어져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아기의 경험은 마치 '죽음'을 마주하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그때 그 어머니는 아기에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했다.

이런 설명과 사과 및 용서 구하기는 한 번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아기는 굳어졌던 몸을 풀기 시작했고, 표정이 살아나면서 서서히 자폐에서 풀려나기 시작했다.


언어로 치료의 효과는 세 살까지


보통 사람은 아기가 뭘 알아듣겠나 하고 생각한다.

부모조차도 그런 의견에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돌토는 오히려 그 반대의 입장에 있다.

상처받은 아기가 어머니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한 시기가 세 살 때까지라고 한다.

돌토는 갓난아기일수록 어머니의 말을 오히려 더 잘 알아듣는다고 한다.


 유아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거나 증상을 드러낼 때, 소아정신분열증, 자폐증 등의 현상이 나타날 때, 아기가 잘 때나 깨어있을 때,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면 자폐가 슬슬 풀려나기 시작하면서, 문제의 행동들이 해결되어 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돌토의 말에 의하면 3살까지가 말로써 정서적 치료를 하는 데에 적기라고 말하지만, 꼭 나이에 국한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떤 나쁜 경험이나 치명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은 아이의 시기에 관계없이 잘 이야기해 줌으로써 아이의 생각이 굳어지지 않게 하며,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특히 출생의 비밀이나 어머니와 아버지에 관한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 등은 오히려 어릴 때 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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