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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Feb 09. 2023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34

희망은 잠시, 다시 절망으로 …

게으르고 무력했던 SDC의 담임 M이 resource teacher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새로운 담임 V가 발령을 받아 왔다. 처음 교실에 들어선 그는 활기차게 자신을 소개하고 학급을 잘 이끌어 가겠다고 했다. 이제껏 하지 않았던 체육 수업도 하고 수업도 시간표에 맞추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역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업에 어려움이 있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SDC 학급에서 일하는 교사들에게 인내는 매우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V는 학생들의 작은 잘못을 그냥 보고 넘기지 못했다. 그는 매우 다혈질이었고 참을성이 없었다. SDC의 학생들은 이러한 잘못된 행동 때문에 일반 학급에서 여기로 보내진 것인데 V는 이러한 행동들을 어떻게 잘 도와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조치도 없어 보였다.


사실 미국 학교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장치들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준비와 인내가 필요하고, 또 학교 내의 전문가, 관계자들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어찌 보면 업무의 증가로 연결이 되기도 해서 그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는 지도 모른다. 특수반 교사로서 일반 학급교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인데 그 역시 이전 담임인 M과 마찬가지로 세심한 배려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실에서 작은 문제들이 있을 때마다 V는 학생들과의 충돌을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학생들을 무시하는 언행으로 문제를 키웠다. 학생들은 그를 미워했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결근을 하는가 하면 잦은 결근의 사유도 어이가 없는 것들이어서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고 미국의 교사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화가 많은 유형인 그와 얼마나 오래 일을 하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학생들과 V는 사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발령을 받고 3개월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아침 SDC의 한 학생이 인형을 갖고 교실로 들어왔고 그 학생은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자꾸만 했다. V는 그 행동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교사로서의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 그의 그의 말을 듣는 학생은 없었다. 이러한 행동에 화가 난 V는 그 인형을 뺏어서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는 교실문을 발로 차고 교실밖으로 나가 버렸다. 학생들은 그를 비웃으며 조롱했고 이 일로 인해 그는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사실 이렇게 처신하는 교사는 미국에서 V이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교사로서의 전문성도 없고 인성도 부족하여 교사로 일을 하는데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고 나니 회의감이 몰려왔다. 교실 운영이 엉망인 M을 보내고 나니 인성조차 갖춰지지 않은 V가 오다니. 다음 교사는 또 누가 올지 걱정이 먼저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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