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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Feb 22. 2023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39

장학금

미국의 학비는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오죽하면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임기가 끝난 다음에야 강연과 인세 수입으로 자신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을까.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동료 교사들 중에서도 아직 학자금 융자를 상환하지 않은 이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은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해서 이자율이 낮아서 사람들이 가장 늦게 상환하는 부채이기도 하지만 은행에 이자로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아서 교사자격증 과정에 대한 학비를 생각하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선택이었다. 내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Teaching Credential Office의 직원이 안내해 준 대로 나는 같은 건물 4층에 있는 박교수를 찾아갔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은퇴에 가까운 듯 보이는 연세의 한국계 교수님이 앉아 계셨다. 교사 자격증 사무실의 소개로 왔다고 하니 마침 연방 정부에서 나온 장학금이 있다며 앉아 보라고 하셨다. 그 장학금은 소수계 인종들의 교직 진출을 돕기 위해 조성된 장학금이라고 했고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연방 정부로 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다고 했다. 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미국에서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장학금의 취지에 부합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관련 자격증을 따고 여름방학 동안 세미나에 참석을 하는 조건이었다. 사실 이 설명을 자세히 듣지도 않았다. 나는 무조건 이 장학금을 받아야 했다. 이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3만 불에 가까운 금액을 감당해야 했는데 나는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었고 이는 그대로 학자금 대출로 이어졌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장학금은 내가 미국에서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2년 동안의 모든 학비와 교재비는 물론 주차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저것 재볼 것도 없이 나는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이 장학금 덕분에 2년 동안 경제적인 부담이 전혀 없이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미국에 발을 디딘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나와 같은 이방인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당시의 장학금이 아니었다면 15년이 지난 지금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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