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 쿵쾅! 이묘신 글, 정진희 그림 /아이앤북
둘째 조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구했다.
2주 동안 인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더니,
도저히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임시로 고시원에 머물기로 했다.
고시원에서 일주일 살다온 조카의 얼굴을 본 언니는 당장 원룸을 알아보았다.
살이 쪽 빠진 조카는 고시원이 비좁고, 식사, 세탁 등이 공동이어서 불편하고, 잡다한 소음으로 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언니는 조카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한편으로 잘된 일이라고 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직장을 다니면서,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 같다.
원룸을 보고 온 언니는 집이 좁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조카의 원룸은 고시원보다는 크지만, 말 그대로 원룸이다. 좁을 뿐만 아니라 층간소음, 벽간소음 등 그곳에도 다양한 소음과 어려움이 존재할 것이다.
[쿵쾅! 쿵쾅!]은 층간소음을 다룬 그림책이다.
저녁을 먹은 후, 집안일을 하는 엄마와 아이들은 슈퍼맨 놀이를 하면서 보낸다. 소음이 아래층으로 전해지고, 아래층에서 사는 할아버지가 올라온다. 할아버지는 야단을 치는 대신 코끼리가 사느냐고 묻는다. 아이들이 놀 때마다 매번 할아버지가 와서, 캥거루, 오리, 딱따구리가 사느냐고 묻고는 돌아간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올라온다며 야단을 치지만 아이들은 금세 놀이에 빠지면 소음을 유발한다. 다시 초인종이 울리고, 하지만 문밖에는 아무도 없다. 대신 아래층이 비는 시간이 적혀 있다. 아이들은 아래층이 비는 시간에 동물원처럼 마음껏 놀이를 한다. 이야기에는 뛰면서 울리는 소음, 장난감 무너뜨리는 소음, 시끄러운 소리에 따른 소음 등 다양한 층간소음을 담고 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인 일이다. 누구나 한 번쯤 층간소음을 겪어보았고, 모두 층간소음의 피해자와 가해자였을 것이다.
이야기 사건에 따라 3펼침면이 4번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장난치는 아이와 야단치는 엄마-할아버지의 만남, 마지막 시퀀스는 4개의 펼침면으로, 마지막 장면은 할아버지 쪽지를 받고, 동물원을 개장하여 그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층간소음을 나타내는 장면이 5개의 시퀀스에 모두 등장하는데, 한 시퀀스 당 1-2개가 되다 보니, 조금 산만하고, 어지럽다. 그림의 강-약 흐름이 없이 동일하게 흐르는 것도 조금 아쉽다.
뒷면지에는 동물원이 문 닫는 시간인 6시로 가려는 시곗바늘을 잡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계속 뛰놀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층간소음의 소재를 이웃 간의 소통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했기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고, 그리고 그 해결책에 아이들이 동참하면서 층간소음의 갈등이 해결되었다. 만약 할아버지가 올라와서 “애들아, 여기 코끼리(캥거루, 딱따구리, 오리)가 사니?”라고 묻지 않고, 화를 내거나 항의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변명하거나, 되레 적반하장으로 아이들을 두둔했으면 어땠을까……?
누군가 먼저 이해를 구한다면, 대체로 많은 이들이 배려하지 않을까.
쉽게 배려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