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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 Dec 20. 2021

연필의 의미

돌잡이 때 연필을 쥔 아기는 자라서..

어젯밤, 친구와 급 야식을 약속하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술과 과자들을 사 가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늘 그렇듯 의식의 흐름대로 떠들다 돌잡이 이야기가 나왔다. 


'너는 돌잡이 때 뭐 잡았어?'


나는 돌잡이 때 연필과 만 원짜리 지폐를 집었다. 그 당시에 연필과 돈은 공부머리와 부를 상징했기에 아마 우리 엄마는 굉장히 만족하셨지 않았을까.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하면서 '근데 나는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었는데?' 했더니

'공부하려고 잡은 게 아니라 글 쓰려고 잡았나 보지!' 하고 대답해주었다.


아하?


돌잡이의 의미는 시대가 변하면서 그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고 돌잡이 상에 놓아지는 물건들 또한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내가 돌잡이를 했을 때는 90년대 초반이었지만 현재의 나는 2022년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새 해석을 쓸 때도 되지 않았나. 그리고 혹시 또 모를 일이지 30대, 40대, 아니면 그 후라도 내가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거니까. 


나는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누군가는 꿈보다 해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별 것 아닌 일에도 원하는 의미를 담을 줄 안다면 그것은 별 것이 될 테고 별 것들이 모여 특별함이 되는 거겠지. 우연인듯한 일들도 내가 운명이라고 여기면 숙명이 되는 것처럼. 

어릴 때 우연히 잡은 연필 한 자루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글 쓰는 게 즐거운 내가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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