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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독서는 운명을 바꾼다(1)

1. 독서는 케겔 운동이다

 우리의 몸은 의식을 집중하지 않아도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음식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잠은 안 자면 졸음이 쏟아진다. 이런 생리적인 현상들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몸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가슴, 등, 팔, 다리에 붙은 근육들은 걷고, 일하고, 운동할 때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그러나 평소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있다. 바로 괄약근이다. 괄약근은 불수의근이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조여지지 않는다. 정신을 또렷이 차려야만 괄약근을 조일 수 있다. 가수이자 도인인 김도향은 그의 저서 <국민 여러분, 조입시다>에서 괄약근 조이기, 즉 케겔 운동의 효과에 대해 예찬한다.      


 우선, 괄약근을 조이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다른 근육과는 다르게 정신을 집중해야지만 제대로 조일 수 있다. 정신 줄을 붙잡고 자신의 마음을 놓지 않고 있을 때는, 멍한 상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진다. ‘정신 차림’으로써 얻는 생명력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려야만 할 수 있는 ‘케겔 운동’은 정신과 육체를 강화시킨다. 단련이 충분히 되면 몸에도 좋고, 배우자한테도 좋다. 오랫동안 단련하면 자신의 혼과 백이 찰떡같이 붙어 심신이 건강하게 된다.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들은 알면서도 안 할까.   

     

 유흥과 오락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기 때문이다. 집중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정신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걸 알지만 지속하기 어렵다. 그래서 ‘케겔 운동’은 독서와 닮았다. ‘독서는 케겔 운동이다’라는 관능적인 제목을 붙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케겔 운동과 마찬가지로 독서를 하려면 정신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몸의 생리 현상처럼 자연스럽게 책이 허기지거나, 나도 모르게 책에 손이 가는 일은 없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여러 번의 결심, 수십 번의 정신 차림이 수반되어야 맑은 정신으로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다.      


 매분 매초 의지를 다지지 않고도, 숨을 쉬듯 책을 읽어나간다면 그건 책과 하나가 된 경지리라. 그런 것이 가능한 인간이 간혹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건 우리의 사례가 아니니 논외다. 스마트폰, 티브이, 게임의 유혹에 미혹되지 않고, 떠오르는 상념을 걷어내고 책을 진득이 보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런 정신 차림이 없고서야 삶에 진정 도움이 되고, 피와 살이 되는 책들을 읽어나갈 수 없다. 모든 성취 뒤에는 의지와 노력이 수반된다. 독서와 케겔 운동이 꼭 그렇다. 의지가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독서와 케겔 운동은 티가 나지 않는다. 밥 먹은 때깔은 얼굴에 흐르고, 근육 운동은 몸을 보기 좋게 만든다. 모두 외적인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독서와 케겔 운동은 경지가 높아져도 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육체로 드러나는 변화가 아니라 내 몸 안, 내 정신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시라. 독서한 효과는 나의 교양과 인간됨에서 묻어 나오고, 케겔 운동의 효과는 나와 배우자가 알아차린다. 마치, 안으로 꽃을 피운다는 무화과처럼 속으로, 안으로 꽉 찬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천천히 읽기가 그렇듯, 케겔 운동도 천천히 조이기를 으뜸으로 삼는다. 들숨과 날숨을 최대로 늘려 괄약근의 수축과 이완을 행한다. 빠르게 했을 때는 느리지 못했던 선명한 자극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선명한 자극을 기억하고, 반복한다. 수축과 이완 속에서 힘이 생긴다. 생명력이 생긴다. 이 넘치는 기운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안에 고인다. 축적되는 기운은 삶의 에너지이다. 이런 건강을 기운을 가진 자만이 자신의 생을 바꾼다. 독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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