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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달래는 방법

by 안승준

아기는 매일 운다. 햇살이는 순한 편인데도 예외 없이 매일 운다. 먹고 싶거나 자고 싶거나 실례를 했다거나 중의 하나라고 쉽게들 이야기하지만, 울음소리만 듣고 아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아주고 달래주고 먹을 것도 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지만 울음이 그치지 않을 때도 있다.


어쩌면 처음엔 자고 싶었으나 엉뚱한 조치를 취하는 나의 행동들 때문에 화가 나서 처음의 요구와는 또 다른 요구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육아의 최종 책임자인 부모는 또다시 어르고 시도하고 달랜다.


가끔 만나는 이들은 "배고파서 그런 거야 밥을 줘야지.", "저런 행동은 졸린 거야."라고 단정하여 조언하지만, 그런 말들이 우리 아기의 상황과는 잘 맞지 않다는 것은 몇 달간의 아빠 경험으로 내가 더 잘 안다. 다른 아기와의 경험이나 일반적인 통계로 누군가의 조언이 참고 사항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지금 울고 있는 우리 아이의 사정을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 내가 울고 있을 때와 다른 이가 울고 있을 때 그 시점이나 모양이 같다고 해서 요구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같은 나의 울음이라고 하더라도 며칠 전의 울음과 오늘 울음의 이유는 다를 수 있는 것처럼 햇살이의 울음소리는 늘 비슷하지만, 그 요구는 매번 다르다.


아빠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살피고 확인하고 묻고 기다리는 것이다. 어제의 육아가 오늘의 육아에 참고가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울음에는 다른 의미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소리를 들려주고 좋아하는 촉감의 물건을 쥐여준다. 잠이 오는지 살짝 눕혀 보고 먹을 것이 있어야 하는지 기저귀가 젖었는지도 살펴본다. 오랜 육아 경력은 아니지만 아기를 정확하게 만족시키는 것은 그 방법밖엔 없다. 우리처럼 유창하게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꼼꼼하게 묻고 세심히 살피다 보면 햇살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반드시 알려준다.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세상 다 가졌다는 표정으로 활짝 웃는 햇살이를 보면 비로소 과제의 수행이 완성된다. 나의 관심이 깊을수록 내 귀가 햇살이에게 기울어짐이 클수록 햇살이의 웃음소리는 맑고 크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어떤 도움을 주면 되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가족이나 지인 중에 시각에 장애가 있는 분이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인데 그에 대한 답도 그런 의미에서 명확하다.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를 살펴보고 물어보는 것만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내가 비장애인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낯선 길을 안내해 주고 멀리 있는 간판을 읽어주는 정도의 기본적인 도움이야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런 것을 제외하면 시각장애라는 공통의 불편함으로 그들의 요구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해요?", "전라도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해요?"라고 묻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시각장애인은 무엇을 좋아해요?"라고 묻는 것은 선의라고 생각한다. "아기는 왜 우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아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처럼 그 어떤 집단도 매번 하나의 질문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낼 수는 없다.


연애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남자들은 말이야…“


"여자들은 말이야…"


몇 권의 책이나 몇 번의 연애로 터득한 겉핥기 지식으로 상대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는 없다. 누군가의 울음을 그치게 해주고 싶거나 누군가를 활짝 웃게 해주고 싶다면 그의 소리를 듣고 그를 살피고 그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햇살이가 그런 것처럼 분명 그는 활짝 웃으면서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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