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의 정석 - 박한슬
"제 사무실로 올라오세요"
자본시장을 오랫동안 담당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니어 기자에게 기본을 알려주는 사람은 편집국엔 없었다.
다행히 내가 만난 대부분의 시장분들은 호의적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었다. 요즘에야 유튜브에서도 기관의 인사이트를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모시장에는 시중에 공부할만한 자료도 많지 않아 비전문가인 기자들이 고통받는 분야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이 분야에 계신 분들도 하나 같이 선생님이 돼주셨다. 전화해서 몇가지를 물어보면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사무실로 오라는 분들이 많았다. (이놈새끼 이거 기사 이상하게 쓰는거 아냐? 라고 리스크 헷지 하신 거라는 생각도 든다ㅋㅋㅋ)
채권, 금리, 파생상품 등등 거의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설명을 해주신 분들이 많다. 실제로 본인 사무실에서 칠판에 숫자와 그래프를 그려가며 알려주셨다. 차 한잔을 마셔도 본인이 담당하는 산업의 미래까지 몇시간이고 인사이트를 나눠주셨다.
여의도에서 VC 담당으로 바뀌었을때도 비슷했다.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문서 등을 선물해주신 분도 여럿 계시다. 참 지금 생각해보니 감사하다.
제약·바이오는 기자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처음부터 알려주시는 분이 없다. 업계 특성상 그럴 수 없으리라는 것도 안다. 여의도와 테헤란로가 참... 따뜻했다.
발췌독만 했던 박한슬 작가님의 <바이오 투자의 정석>을 오늘 학교 수업이 끝나고 삘받아 완독했다.
온 국민이 mRNA 기술에 대해서 알게 됐지만, 여전히 제약·바이오 산업은 어렵다. 단순 기술뿐만 아니라 어떻게 제약·바이오 회사가 돈을 벌고 운영되는지, 임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른다. 대중 입문서 한 권만 읽었을 뿐인데,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해서 좀 알고 있다는 가성비 좋은 자신감을 주는 책이다.
요새 마음이 바빠서 여러 책을 발췌독하고 넘어간다. 차례 읽고 곧바로 책 후반부만 훑어본다.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은 경우가 없었는데 다 봤다는 뿌듯함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