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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n 02. 2020

야생화를 찾아서

3월 첫날

3월의 첫날.
 노루귀 꽃을 마중하러 나섰다.
 
 대둔산에 당도하여 등산로로 들어서니 맑은 계곡 물이 쪼로록 쪼로록 물소리를 내며 시원스레 흐른다. 등산로 초입 산기슭에는 겨우내 마른 갈색 낙엽들이 수북이 쌓인 양지 바른 곳에서 두터운 낙엽 더미를 헤치고 봄의 전령사, 노루귀 꽃들이 군데군데 살그머니 앙증맞은 얼굴을 드러내며 찾아온 나그네를 맞는다.
 
 이른 봄에 피어 난다고 '봄의 전령사',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오는 꽃이라 하여 파설초(破雪草)라고도 부른다. 봄처녀 수줍은 얼굴마냥 청초롬한 꽃 봉우리는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줄기에 붙은 부드러운 솜털들이 애기 속살 어린 솜털처럼 여린 바람에도 살랑살랑 흔들린다.
 
 서식지를 거닐며 꽃들이 발에 밟힐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다가 수줍게 고개를 내민 작은 꽃망울들을 발견할 때마다 반갑기 그지 없다. 하나하나 얼굴을 마주하면서 겨울을 이기고 피어난 강인한 노력을 크게 위로해주며 나도 가까이 다가온 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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