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Nov 16. 2018

제주도에 왔다가 집을 샀다

프롤로그 #0  30년 아파트 생활을 끝내고  

3년 전 이맘때였던 것 같다. 2015년 가을, 아빠랑 제주도로 집을 보러 왔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사실 그맘때 우리 외에도 여러 사람에게 '제주이주 붐'이라는 바람이 불었다), 제주도에 살겠다는 하나의 목표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 두 사람은 홀린 듯 매일 인터넷에서 매물을 찾았었다. 엄마는 그러다 말려니 했지만, 우린 진지했다. 육지에서 다음 로드뷰로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녔다. 하도 봤더니 나중엔 정말 차를 몰고 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찾고 찾아, 중산간 마을의 한 전원주택을 찜했다. 내가 5살 때부터 우리 가족이 아파트에 살았으니, 30년 아파트 생활의 끝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여기로 가는 게 맞아? 이쪽으로 가면 집이 나오는 거야? 아니, 여기 사람이 사는 곳이긴 한 거야?"


이런 두려움을 안고 아빠와 나는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좁은 길을 한참 들어갔다. 한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400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인적이라곤 없어 보이는 곳이어서 체감상 그렇게 느꼈다.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집 두어 채가 나타났다. 그중에 우리가 인터넷에서 봤던 그 목조주택이 있었다.


참고용 사진은 우리집 아님. 제주도 밭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고다.


제주도, 숲 속의 나무집. 클락션 소리도, 층간소음도, 엘리베이터도 없는, 대신 아담한 정원이 있는 '우리 집'이었다. 집을 대충 둘러보고 밥을 먹으러 갔을 때인가. 건축주에게 전화가 왔다.


"다른 분이 집에 관심을 보이시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예... 뭐, 그럼... 하죠. 할게요!"


홈쇼핑에서 '매진 임박'이라는 글자가 부리는 마술이 이런 걸까. 우리는 마치 티셔츠 한 장 사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집을 사겠다고 했다. 관심을 보인 '다른 분', 그러니까 우리의 경쟁자가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알 게 뭔가. 심지어 엄마는 한 번 보지도 못한 집으로 이사 가게 다.


'집에도 사람처럼 연이라는 게 있는 건가..'


내 손에는 건축주의 옆에 있던 남자가 건넨 귤이 있었다. 이후, 그 남자는 이 집보다도 중요한 인연으로 다시 나타나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