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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Nov 16. 2018

모든 것을 버리고

#1  직장도, 친구들도 버렸는데 너까지...

"진아, 밤비가... 갔어"


예상은 했지만, 그 말만은 아니길 바랐다. 제주도로 이사 오기 전 3년간 키운 반려견이 있었다. 이름은 밤비.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 나이 든 개인데, 집에만 오면 철창 안에 있을 그 아이가 눈에 밟혀 결국 입양했다. 이미 열 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밤비는 성한 곳이 별로 없었지만, 조용한 성격처럼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사를 결정한 후부터 유난히 밥을 먹지 못하고 움직이지 않던 밤비는 자궁축농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기서 수술을 할 수 있지만, 먼길을 이동하는 중에 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제주도에 가서 수술하시는 게 어떨까요?"


공을 제주도로 넘긴 의사의 말에 나는 제주시 동물병원을 수소문했다. 당시 내가 이삿날짜보다 먼저 내려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하루하루 밤비의 상태를 육지에 있는 엄마에게 물어보며 심장이 타들어가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50만 원, 70만 원. 부르는 비용이 제각각인 병원들 중에서 나는 경멸스럽게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회피하고 싶다. 어쨌든 그나마 저렴하면서도 유명하다는 병원을 골라 수술 예약을 하고 밤비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사슴처럼 생긴 밤비가 언제부터 유기견 보호소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견생의 말년까지 철창에 갇힌 생활을 했다.


밤비는 자는 듯 내게 왔다. 완도에서 배를 타기도 전에 차 뒷좌석에서 큰 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고 엄마는 말했다. 그래도 가족이랑 같이 제주도로 가려고 그나마의 시간을 버틴 것 같다고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울었다. 그렇게 밤비는 처음으로 마당을 갖게 된 우리 집에서 작은 소나무가 되었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의 밤은 고요하다 못해 으스스했다. 집을 둘러싼 대나무 숲이 바람을 견디어 내며 우는 듯한 소리를 냈다. 머리맡 창가 가까이엔 밤비의 소나무가 있었다. 나는 순하고 정이 많은 밤비가 앞발을 뻗어 나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던 장면을 무한 반복하며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고, 또 울었다.  


거기서 수술을 했으면 어땠을까, 조금 늦게 이사를 가면 어땠을까, 아니 아예 제주도로 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잘 다니던 직장과 오랜 지인들을 버리고 왔는데, 밤비까지 떠나보내는 건 오랫동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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