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의적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살 Feb 06. 2024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모든 것들에게

을 내린 시험지엔
괜한 필기로 마음을 어지럽힐 필요가 없다
조금씩 선명하게
동그라미 안을 채워가면 그뿐이다

그리하여
아직 답을 구하지 못한 이들의 숨죽임을 뒤로하고
엉덩이를 들고 가방을 챙겨
조용히 교실 밖을 나서면 된다

내가 택한 답이 설령 빗금이라도
우산을 펼쳐 조금이라도 덜 젖으면 된다
망가진 우산이라면 까짓 거 시원하게 맞으면 된다
양말을 벗어젖혀도 좋다

노심초사 발을 감싸던 허물을 뽑아버리고 나면
거친 발바닥은 온전한 자유를 얻는다
조금의 얼룩은 남을 테지만
바람이 불면 그마저도 마를 것이다

ⓒResplash_Lucas Sankey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