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법을 결정하는 각막
시력교정수술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면 우선 시력교정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시력을 교정하는 첫 번째 방법은 안경이었습니다. 안경을 맞추던 순간을 떠올려볼까요?
먼저 안경테를 고릅니다. 그다음 시력을 측정하죠. 렌즈를 ‘깎아서’ 시력에 맞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안경은 우리 눈의 굴절률을 보정해 빛이 정확히 망막에 맺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근시는 가운데가 오목한 렌즈를, 원시는 볼록한 렌즈를 착용합니다. 난시는? 축에 따라 굴절률이 다른 안경알을 갖게 되겠죠.
그런데 1980년대 의사들은 이미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이미 렌즈가 있잖아?
굳이 눈 위에 렌즈를 만들어 쓸 게 아니라 인간이 가진 렌즈를 교정하면 되는 게 아닌가, 고민한 거죠. 우리 눈에서 굴절 능력의 70%를 담당하는 각막을 직접 교정할 수 있을까? 현대 시력교정술의 발전은 이처럼 간단한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각막은 수정체와 망막 등 우리의 눈을 보호해주는 외막으로 총 다섯 개의 층으로 이루어집니다. 가장 위쪽에 상피(epithelium)가 있고 그 아래에 각막의 90%를 차지하는 실질(stroma)이 있죠. 상피와 실질 사이에는 상피 지지층인 보우만막(Bowman's layer)이 위치하고 실질 뒤쪽으로는 데스메막(Descemet's membrane)과 내피(endothelium)가 존재합니다.
시력교정술은 이 중 각막의 중간층에 해당하는 각막실질을 직접 교정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시력교정술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각막실질에 도달하지?
우선 각막 상피를 벗겨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라섹입니다. 라섹은 각막상피가 자연 재생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상피의 일부를 얇게 벗겨내고 노출된 실질의 표면을 깎아내는 수술법입니다. 상피의 회복 기간이 길고 보우만막의 소실 또한 고려해야 하지만, 각막실질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여 안정적인 교정을 가능하게 하죠.
반면 라식수술은 상피를 절개해서 뚜껑을 만듭니다. 상피를 잘라 들어낸 다음, 필요한 만큼 실질을 깎아내고 상피를 덮어 마무리하죠. 왜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선택하느냐고요? 상피를 절개하여 만든 뚜껑은 실질의 일부를 포함하므로 보우만막의 보존이 가능합니다. 또 교정 후 상피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때문에 통증이 적죠. 라섹에 비해 회복기간도 짧고요.
그런데 각막이 너무 얇은 사람은 상피를 절개하여 뚜껑을 만들었을 때 교정 가능한 실질의 두께가 너무 얇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각막실질의 소모를 줄이지만 통증과 회복기간이 긴 라섹과 각막실질이 얇아지는 라식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스마일 라식입니다. 상피를 투과하는 팸토세컨레이저를 활용하면 실질부를 바로 교정할 수 있거든요.
스마일 라식은 각막 뚜껑을 만들지 않고 상피를 2~4mm 정도만 절개한 후 내부에서 박리된 실질을 꺼내는 것으로 수술이 마무리됩니다. 덕분에 각막 손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상피를 어떻게 취급하여 실질에 도달할 것인가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셈입니다. 이제 우리는 각막을 ‘어떻게’ 깎을 건지에 관해 크게 세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만 18세 이상 성인이 최소 6개월간 안경 도수가 안정적이었다면 라식과 라섹, 스마일로 통칭되는 일반적인 시력교정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경 도수를 맞추듯 각막을 깎아 굴절률을 보정하는 일반적인 시력교정수술을 할 수 없는 눈도 있습니다.
각막이 지나치게 튀어나온 원추각막이거나 각막이 너무 얇거나, 심한 고도근시로 각막을 아주 많이 깎아야 하는 경우,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눈에 질병이 있거나 각막을 깎으면 하얗게 변하는 아벨리노 각막병증처럼 선천적인 질병이 있는 경우, 흔치는 않지만 안경 도수가 시시때때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추각막처럼 수술을 할 수 없는 눈도 있지만 대부분의 눈은 맞춤형 시력교정술이나 렌즈삽입술로 시력교정이 가능합니다.
맞춤형 시력교정(Contoura Vision or Wavefront-Guided)은 라식이나 라섹을 개인의 눈에 맞춰 보다 정교하게 진행하는 수술입니다. 각막은 일견 둥근 타원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울퉁불퉁하고 평평한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마치 달을 멀리서 보면 둥글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본 달 표면은 울퉁불퉁한 분화구가 있는 것과 같지요. 각막지형도 검사를 하면 각막의 높낮이를 등고선처럼 각기 다른 색으로 나타내 줘 각막의 비대칭이나 불균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웨이브프런트(wavefront)를 통해 각막의 비대칭이나 불규칙한 정도와 눈의 시축까지 맞춰 레이저 절삭량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맞춤형 수술을 진행합니다.
각막의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수술을 할 경우 수술 후 교정시력이 안경을 쓸 때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 전 안경을 쓰면 1.0까지 보였는데 수술 후 교정시력은 0.9가 될 수 있는 거죠. 또는 시력검사에서는 1.0 또는 그 이상이 나오지만 환자 자신은 더 안 보인다고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수술 과정에서 각막을 강화해야 하는 경우(LASIK with collagen cross linking)도 있습니다. 각막이 너무 얇거나, 각막을 많이 깎아야 하는 고도근시, 원추각막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라식 수술 중에 리보플라빈(비타민B2)을 흡수시킨 후 자외선을 쏘여 각막을 강하게 만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지도록 만듭니다.
맞춤형 수술은 말 그대로 환자의 눈 상태에 정밀하게 맞춰 진행되는 수술이라 환자의 수만큼 다양한 수술 방법이 존재하게 됩니다.
각막실질을 교정하지 않고 눈 안에 직접 렌즈를 넣어 시력을 교정할 수도 있습니다. 렌즈삽입술(ICL)은 각막의 두께가 지나치게 얇거나 고도근시와 난시를 동시에 교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고려해봄직한 방법입니다. 각막을 2~3mm 정도 절개하고 그 틈으로 특수 콘택트렌즈를 삽입하는 방식이며 렌즈의 종류에 따라 홍채의 앞과 뒤로 삽입 위치가 달라집니다. 각막의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각막내피는 자연재생이 불가하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따릅니다. 렌즈삽입술도 렌즈의 종류와 홍채 절개 여부에 따라 수술방법이 더 세분화되곤 합니다.
각막을 직접 교정하는 라식과 라섹, 특수 콘택트렌즈를 눈 안에 넣는 렌즈삽입술을 기본으로 환자의 눈 상태에 따라 맞춰 정밀함과 안정성을 더한 맞춤형 수술까지 모두 고려하면 60개 정도의 수술방법을 갖추게 됩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아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잠자는 동안 렌즈로 각막 모양을 교정하는 드림렌즈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시력교정수술과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므로, 이 리포트에서는 드림렌즈(Orthokeratology Lens)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드림렌즈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바로가기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단
국내 시력교정 1세대 안과인 비앤빛의 최우선 가치는 ‘수술 안정성’입니다. 최상의 수술결과와 안전을 위해 25년 노하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의심하고, 고민하고, 연구하며 시력교정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진국·이인식·류익희 원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김정섭 원장은 가톨릭대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에디터: 최예지, 이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