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방법과 수술 후 교정시력을 파악했다면 의사는 무엇을 또 고민해야 할까요?
스마일 수술의 노모그램(nomogram)을 계산하라
각막의 ‘어디를’ ‘얼마나’ 깎아내야 할지 계산해야 합니다.
시력교정에 필요한 수치는 크게 광학 영역(optical zone), 근시교정값과 난시교정값, 난시교정각도로 나뉘는데, 산출 근거가 되는 자료의 검사 항목은 총 47개입니다. 대상자의 각막 두께와 모양 및 상태, 연령, 성별 등과 같은 정보이죠. 의사는 위의 항목에서 수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주요값을 다시 한번 변별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는데, 우리는 이를 ‘노모그램’이라고 부릅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인간의 각막은 무척 얇습니다. 중심부의 두께가 평균 0.5mm이고 주변부로 갈수록 두꺼워져 대체로 0.6mm 안팎이 된다고 해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PVC 필름지를 두 장 겹쳐놓은 정도의 두께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중 각막상피는 전체의 10%를 차지하니 대략 0.05mm 정도가 되겠고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차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수술이라니, 당연히 의사는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상자의 연령이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동공 크기가 수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밖에 성별이나 생활환경 및 습관 등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낼지, 양안의 시력차에 따라 교정값의 조정이 필요한지 혹은 수술의 결과를 특정하는 숨은 변수가 존재하는지 등등.
지금까지는 의사의 성향이나 경험, 프로그램에 따라 5~15개 정도의 변수만을 활용하여 노모그램을 구성해왔습니다. 의사도 사람이므로, 참조하는 변수가 다양할수록 상관관계를 추론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까요. 시력교정술의 성공 여부가 의사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세간의 평가는 이런 이유 탓이 컸을 겁니다. 특히나 의사의 손이 더 많이 가는 스마일(SMILE) 수술에서는 더하겠지요.
이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의사의 판단을 객관화할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은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인공지능에게 가르쳤습니다.
의사처럼 계산하는 인공지능
비앤빛의 세 번째 비앤빛 인공지능은 스마일 라식 수술을 할 때마다 의사가 반복해서 계산해야 했던 노모그램을 자동으로 계산해줍니다.
수술대상자를 의사가 설정한 광학영역을 포함하여 수술 전 결과 47개 변수 자료를 자동으로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시력교정술 후 예상되는 세 가지 값, 즉 근시교정값과 난시교정값, 난시교정각도를 산출하여 추천합니다. 최종 결정은 의사가 하지만, 결정 과정에서 보다 많은 변수와 확률을 빠른 시간 내에 검토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계열의 데이터가 하나의 세트로 필요했습니다. 수술대상자 개개인의 진단값과 실제 의사가 결정한 교정값 그리고 수술의 결과값입니다.
KIST 연구진은 스마일라식 노모그램에 관한 데이터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학습시켰습니다. 의사 A의 데이터 세트 1687안과 의사 B의 데이터 세트 848안을 각각 학습시킨 후 그룹별로 독립적인 의사 C의 데이터 200안을 테스트한 결과 정확도를 98%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의사가 반복해야 하는 계산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믿음직한 체크 시스템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의사 A, B, C가 실제 진단한 노모그램 근시값과 인공지능이 예측한 노모그램 근시값(회색선)이 거의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노모그램을 계산한 첫 번째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계산을 잘한다가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안과질환에 인공지능 연구를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인공지능의 한계와 의미
스마일 라식 수술 시 필요한 굴절값을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은 기본, 이 인공지능의 가장 큰 미덕은 해당 값의 산출 과정을 검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이 환자의 47개 검사항목 중에서 어떤 항목을 중요하다고 판단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KIST 연구진은 두 명의 의사가 진단한 자료를 인공지능에게 각각 학습시키고 동일한 환자의 데이터를 넣어 진단 결과를 크로스 체크함으로써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쳐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사례를 수집할 수도 있었습니다. 공통으로 참조한 지표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죠.
의사 A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왼쪽)과 의사 B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오른쪽)이 공통으로 참조한 지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의사의 자유의지로 평가되던 노하우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알고리즘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사실 의사의 수술 노하우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이라 의사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 과정을 인공지능이 설명해준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두 의사 A, B가 수술을 위해 검토를 거친 과정은 서로 조금씩 다른 데 결과값은 비슷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지금껏 의사의 주관 영역이라고 생각됐던 노모그램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노모그램을 표준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술에 필요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항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판단해야 하는지 알려줌으로써 의사 간의 편차를 줄여주고, 숙련도가 낮은 의사에게 교육 가이드의 역할도 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로부터 얻은 47개의 데이터는 객관적인 것이지만, 이들 데이터를 취사선택하여 반영하는 것은 의사의 주관 영역입니다. 한 명의 의사가 하나의 병원에 쌓인 모든 케이스를 검토하고 종합하여 자신만의 주관을 획득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그래서 수술 노하우는 의사에게 있어 일종의 영업 기밀이기도 합니다. 이제 설명할 수 없었던 노하우를 그것을 통계, 수학을 무기로 한 인공지능을 통해 과학적, 논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셈입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숙련된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의료진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유의미한 정도의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의사 각각의 판단으로 이루어진 전국의 노모그램을 통합해 표준화하여, 환자가 전국 어느 병원에서든 국내 최고의 전문의의 진단으로 수술을 받게 될 수도 있겠죠.
문제는 다시 데이터, 그리고 그것이 축적되는 시간입니다. 일반적인 시력교정술과 맞춤형 시력교정술이 있듯 스마일 수술도 평범한 케이스와 여러 디테일을 고려해 수술해야 하는 난해한 케이스가 있을 겁니다. 그런 희귀 케이스의 자료가 평범한 자료의 수만큼 축적될 시간. 희귀한 사례를 인공지능이 충분히 학습할 만큼의 시간.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오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죠.
참고자료
시력교정수술 성공 여부와 의사의 경험 및 노하우의 상관관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공학연구소 바이오닉스연구단 | 의학과 공학, 임상과학의 융합으로 혁신적인 의공학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질병과 장애로 인한 고통은 덜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미래를 지향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공학연구소 바이오닉스연구단 박승빈 박사과정 연구원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공학연구소 바이오닉스연구단 김영준 책임 연구원
서울대학교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인공지능 기반 3D 의료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이인식 원장
연세대학교 안과학 박사, 연세의료원 외래교수, 카이스트 의생물학 교수이며 한국과 미국, 유럽백내장굴절학회 정회원입니다. 실로암안과병원 과장을 역임하고 명동밝은세상안과를 운영했으며 지금은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의 대표 원장입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류익희 원장
시력교정을 중심으로 고도근시를 위한 렌즈삽입술, 재교정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내 유일의 아마리스 레이저 글로벌 리서치 파트너 및 아벨리노랩사의 의료 자문 의사입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의 책임경영자이며, 비앤빛 데이터연구소를 맡아 다양한 국내외 학술활동과 강연, 데이터 관리, AI 개발 등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최예지, 이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