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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앤빛 AI 연구소 Aug 27. 2019

의사들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이유

실수는 줄이고, 의료 서비스의 질은 높이고

의료의 기본은 누구나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선의 진료'란 어떤 진료를 말하는 걸까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우선 실수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실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만큼 의사의 역량은 윤리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의사가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긴 훈련 기간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의대부터 전문의까지 최소 10년, 여기에 전공의 과정까지 거치면 수련기간은 더 늘어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실수를 완전히 없애는 게 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의사도 사람이니까요. 의사 개개인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진료 환자의 수에 따라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인간의 일생은, 어떤 의미에서 매 순간의 오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이 객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뇌과학자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간의 감각 기관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우리의 뇌가 주관적인 해석을 감행한다고요.

 

“우리의 눈, 코, 귀가 너무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뇌는 눈, 코, 귀가 주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믿지 않게 되었죠. 오감을 통해 정보를 획득한다는 것은 뇌가 해석을 한다는 것이고 해석을 한다는 것은 실수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뇌가 하는 해석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인풋(input)이 아니고 아웃풋(output)입니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김대식, 동아시아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의 인공지능 강의를 담은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300만 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통해 조율된 인간의 특성을 의사 개인에게 극복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게다가 실수하지 않는 의사가 무조건 좋은 의사라고 할 수도 없고요. 이게 무슨 얘기냐고요?


누군가 병원을 찾는다면 크게 두 가지, 병이 있거나 없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 진단과는 별개로 환자에게 실제로 병이 있거나 없을 수 있죠. 이를 토대로 우리는 의사에게 가능한 실수의 유형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병이 있는데 없다고 진단하거나


병이 있긴 한데 다른 병으로 진단하거나
병이 없는데 있다고 진단하는 경우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모두 오진이라고 합니다. 이때 의사 혹은 병원이 이와 같은 실수 자체를 줄이려고 시도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의사들은 병명이 확실한 경우에만 진단을 내리고 확실히 진단이 가능한 환자만을 치료해야 할 겁니다. 따라서 맹장염처럼 초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복막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질병의 경우 진단율을 100%로 유지하려다 몹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확진을 위해 치료를 미루다 환자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좋은 의사란 실수하지 않는 의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실수할 가능성까지 포함하여 상황을 고려할 줄 아는 의사라야 좋은 의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처럼 실수하는 의사들에게, 인공지능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연세의료원의 김광준 교수는 당뇨병 환자 진료 과정을 룰 엔진로 만들어 분석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65세 당뇨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의 기준을 정리해 입력하여 입력된 처방 기준과 실제 의사가 내린 처방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그는 실제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처방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피로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다소의 편차가 발견되었는데요. 기준에서 벗어난 몇몇 사례가 눈에 띈 것이죠. 당뇨의 경우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식후 혈당 등 검사 데이터를 토대로 처방하는데도 의사 개인의 컨디션이 진료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친 겁니다.


만일 당뇨병 진료 과정을 잘 학습한 인공지능이 있다면 당뇨 전문의는 자신의 처방과 인공지능의 처방을 크로스 체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혹시나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 지 스스로를 체크할 수 있겠지요.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처방 패턴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의사의 데이터를 학습해 최선의 처방을 내리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서로 다른 의사의 데이터에서 각각의 패턴을 학습한 후 이를 병합해 최선을 선택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지요. 노모그램에서 두 의사가 공통적으로 참조한 지표를 찾아낸 비앤빛의 두 번째 인공지능처럼 말이에요.



이에 착안해서 본다면 의사의 곁을 보조하는 인공지능은 진료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의학 지식을 감독하고 검토하는 인공지능의 도입을 통해 우리는 의사의 판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새로운 안전망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다섯 살 꼬마가 병원에 온 상황을 가정해볼까요. 아이는 최근에 알약을 삼키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쓴 것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부모님이 미리 알약 먹는 방법을 가르쳐둔 것이죠. 아마 환자를 맞이한 의사는 아이의 나이를  감안해 가루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사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이렇게 물어볼 것입니다. 아이가 알약을 먹을 줄 아나요?


의사에게는 환자를 대면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대면으로 얻는 정보가 배제된 상태에서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정하고 처방하는 진료는 물론 기계가 더 잘할 수 있겠죠. 기계는 감정이 없고 피로를 느낄 줄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실제 치료 현장에서는 특정 제형의 약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시간에 맞게 약을 복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 간병이 가능한 가족 구성원의 유무와 환자의 경제력 등의 정보가 객관적 데이터만큼 중요합니다. 상황에 맞추어 처방을 달리해야 하니까요. 당연히 처방에 개입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는 환자마다, 의사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만약 위의 환자에게 즉각적인 약효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알약보다 가루약의 흡수가 빠른 만큼, 의사에게는 환자의 개인적 상황보다 약의 효율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의사는 의학 지식이 입력된 컴퓨터와는 다릅니다. 단순히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패턴을 추출하는 계산 기계가 아니라,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상황에 맞게 자신의 지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의사의 결정을 보조하고 감독하는 훌륭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사에게 최종 결정권을 남겨두어야 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다만, 의사를 보조하는 인공지능 정도의 기술 혁신만으로도 의료 서비스의 질은 상당히 개선되리라 전망합니다. 데이터가 관여하는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활약해주는 만큼, 의사는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거든요.


의사들은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쓴다는 점을 현재 의료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로 꼽습니다. 이는 환자마다 받아야 하는 검사의 내용과 순위가 서로 다르고 또 검사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접수 데스크에서 그날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 내역을 완벽히 외우고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어떨까요? 인공지능은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 내역과 병원의 검사기기 운영 상황을 대조해 병원의 진료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겠고요.

더불어 해당 인공지능에게 앞에서 언급한 처방 패턴을 학습시킨다면, 환자의 검사 결과를 보고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진단 및 처방 자료를 의사에게 제공하는 일 역시 가능해집니다. 의사가 확진을 내리기 위해 몇 가지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검색해줄 수도 있겠죠.


의사 입장에서는 이런 의문도 생깁니다. 우리는 피로한 사람에게 친절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병원에서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듯 의사 역시 그날 방문한 모든 환자를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 일해야 합니다. 병원에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대면 진료에 할애하는 시간이나 환자의 데이터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데 드는 시간이 짧아지기 마련이니 매번 판단에 앞서 부담감을 느끼는 의사도 적지 않을 거고요.


의사 개개인이 인공지능의 보조를 받음으로써 실수에 대한 긴장이 줄어들고 시간의 압박에서 놓여나는 미래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의사들은 분명 환자에게 그만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만큼 최선의 의학에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뇌과학자의 인공지능 강의




연세의료원 내과 김광준 교수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연세의료원 내과학교실 교수(대사성질환 전문)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질환 중심의 치료를 넘어 환자의 건강한 삶에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진정한 4P 의학(개별 Personalized, 예측 predictive, 참여 participatory, 예방 preventive)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Duke-NUS 안과 임형택 조교수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지금은 싱가포르 국립 안센터, 싱가포르 안연구소, Duke-NUS에서 의과학자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조교수 시절 망막 수술을 집도한 안과 전문의이며, 안과 영역에서 Big data & Machine learning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최예지, 이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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