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나의 일상 #11
중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도 나는 외국어를 공부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하던 영어가 좋아하는 록그룹의 인터뷰를 이해하기 위한 일본어로 바뀌었고, 대학에서 전공하던 문학으로 인해 독일어가 되었다가, 친정엄마를 따라 중국어로 잠깐 튀었던 것이, 이제는 회사 업무를 위해 다시 영어로 돌아왔다.
그중에서도 영어는 비교적 자신이 있었는데, 그 자신감이 현재 회사에 입사하고서는 많이 사그라들었다. 화상 회의 중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질문과 논쟁 거리를 제때 쳐내지 못한 것은 비단 언어 실력의 한계만은 아니었으리라. 동료들은 내게 Speak out 하라며 응원해 주었으나 일단 '예'라는 대답부터 요하는 한국의 회사에 이십 년 가까이 몸담아 온 내가 Speak out 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 경험상 외국어는 단순한 '말'의 공부를 넘어 문화와 정서의 공부가 수반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어린 시절에 독학으로 익혔던 나의 일본어는 당시 현지인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성 록그룹의 인터뷰로 익힌 나의 일본어는 온전히 '상남자'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어린 여자애가 방긋방긋 웃으며 상남자같이 거친 단어를 써댔으니... 오죽하면 TV 프로그램에 출연 권유를 받았을까.
다행히도 최근에 나는 제법 Speak out 할 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지나치게 Speak out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새로운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다름 아닌 스페인어다. 올라! (2024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