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기록
䛔 서로 당기며 붙잡는다.
지난 기억들은 많지만 막상 무엇 하나를 집어내어 떠올리려 하면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시간들은 조각나 있고 기억들은 감정들과 뒤섞여 어둡게만 보인다. 그래도 은은하게 빛나는 기억의 순간들은 필요할 때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찾아온다. 이는 2022년 제작된 ‘흔적’이라는 작품 설명 중 일부다. 기존의 작품을 가져와 본래의 이야기를 더한다.
놓을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다. 붙잡지 않는다고 해서 놓치는 것도 아닌데 흐려지는 기억에 의존한 채 서로가 너무나도 꽉 붙잡고 있다. 별것도 아닌 일상의 기억이 나를 아프게 한다. 은은하게 빛나는 기억의 순간들은 작은 위로와 함께 깊은 슬픔을 동반한다. 분명 괜찮은데, 아무렇지 않은데, 감당하지 못할 힘듦이 오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기억의 흔적을 붙잡는다.
먹먹하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을 완성하고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마음속 깊게 나도 모르게 숨겨왔던 무언가와 마주했다. 다시 별것 아니었던 일상의 기억이 지나간다. 놓아본다. 그래도 붙잡고 있겠지만 놓는다고 생각하며 놓아본다. 다시 숨이 쉬어진다. 먹먹함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내가 모르고 있던 무언가가 꺼내져 마주한 것만으로도 인지할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더 나아지는 과정이다. 아직도 이 작품을 보면 먹먹하고 숨이 답답하지만 이것도 나를 이루고 있는 일부고 내 삶의 형태 중 하나다.
먹먹함과 숨이 답답한 것이 사라지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을 꺼내 놓음으로써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것에 휩싸이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숨겨왔던 무언가가 막상 눈앞에 보이면 어떻게든 붙잡을 ‘나’지만 괜찮다. 반복이 아닌 과정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