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본 내용은 실존 인물의 삶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실명 부분은 약어 처리하였습니다.
한국인으로 미 정보부에서 1988년부터 10년 동안 근무하신 분의 경험을 재구성하여
1인칭 시점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첫 교육의 주제는 이곳 시설의 배치도였다. 지하에 어느 정도의 시설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가 사용 가능한 공간은 A층과 A층 일부라고 하였다. A층에는 교육시설, 카페테리아와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내부에 공동 샤워실) 그리고 세탁장이 있었다. A층은 숙소와 여타 시설의 크기로 보아 다른 시설이 있을 것도 같은 구조인데 벽으로 막혀있어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HR의 설명으로는 미군의 시설 이라고만 하였다. 교육기간 중 우리는 그 방에 설치되어 있던 Cray-2 슈퍼컴퓨터의 실물을 볼 수 있었다.
HR은 16주 기간 동안 퇴소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 달라고 하였다. HR은 교육시간 이외 필요시 언제든지 자신을 찾아올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16주 동안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교육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8주, 12주 14주 차까지의 교육 성과에 따른 2차 탈락자, 신체적 정신적 문제 발생으로 외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와 15주 차 외부 교육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하였다.
하루 일과는 오전 06시 기상 06시 30분부터 07시 15분까지 아침식사 그리고 08시 정각부터 교육을 시작으로 점심 식사와 휴식시간을 합친 90분을 지나 저녁을 먹는 18시 30분까지 체력 훈련을 포함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HR이 팀장처럼 모든 교육과 훈련 일정을 관장하였고 내용에 따라 두세 명의 강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호주 사막에서의 교육은 어떠한 특정한 기술이나 특수한 능력보다는 정신적인 무장 아마 흔들리지 않는 신념 같은 것을 심어 주는 게 주목적이었던 것 같다.
창이 없는 지하에 외부와의 단절 그 흔한 TV나 라디오, 신문이나 잡지도 없이 20대의 젊은 남자들을 가두어 놓고 먹이고 교육시키고 재우는 일상에서 돌발 행동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주 차 정도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까지의 주된 교육 내용은 신기하거나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특별한 내용이 아닌 일반적인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역사 그로부터 시작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전쟁사와 현재 국제 상황 그에 따르는 미국의 역할론 등등…. 어쩌면 따분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 계속되는 자신과의 질문들 속에서 소위 정신적 공황 상태가 온 결과라 생각된다.
2주 차 때 점심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나뉘어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 때였는데 스웨덴 출신의 친구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흐느끼는 정도였는데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가까이 가서 괜찮냐는 안부를 물었고 발 빠른 친구는 HR에게 알렸고, 어떤 친구는 그 친구의 룸메이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서 이유를 찾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이러고 있는 우리들의 모든 행동들이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민족마다 각기 다른 정서가 있는 것이고 그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의 기초 구성인 가족에서부터 나오는 것인데 그 친구는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진 것이 서럽게 울었던 이유로 알려졌다.
가부장적인 환경과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는 그리고 가능한 자신의 감정을 누르면서 사는 것이 옳다는 사회적인 통념 속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울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처한 상황이 그리운 사람들을 볼 수 없기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내재된 습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 체로 의사, 판검사나 소위 출세를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을 가야만 하는 그래서 개인의 특성을 개발시키는 교육이 아닌 교육 시스템에서 생존해야 하는 데 최적화된 영향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그리움을 표출한 스웨덴 친구의 이상행동 이후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서 이상 행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혼자 중얼거리기, 교육 시간이던 휴식 시간이건 오랫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는 친구, 손으로 벽을 치는 친구 등. 결국 3주 차가 시작될 무렵 3명의 교육 포기자가 나왔다. 포기자가 나오면서 룸메이트와 방이 수시로 바뀌었다.
5주 차가 시작되면서 체력 훈련이 병행되었다.. 운동을 싫어한 나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었고 그때부터는 강의실이 매번 바뀌었고 의자에 각자의 이름이 붙어 있어 지정된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그 마저도 어떤 때에는 같은 자리에 또 어떤 때에는 위치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 또한 공간 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의 하나였는데 인간의 기관 중 뇌와 가장 가까이 있는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 예로 내 앞에 음식이 놓였을 때 가정 먼저 반응하는 것이 시각적인 것이고 그다음이 후각 그리고 마지막이 미각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인간은 “~~~~ 을 하면 어떨 것이다”라는 pre information에 대한 기억 또한 강해서 습관화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대응하는 순간도 많다고 하였다. 이런 습관화된 행동이 앞으로 우리들이 맡을 업무에 있어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에 강의실과 지정 의자의 위치를 바꾼 것이라고 하였다. 누가 매번 그 부분에 있어서 정확하게 행동하고 있었는지도 철저히 체크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훈련은 나중에 실제 업무에 있어서 실수를 줄여주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훈련을 통해 지금은 무뎌졌지만 습관처럼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느 장소를 가던지 출입구를 기준으로 실내 구조에 대한 파악과 상황인지 그리고 상대와의 대화 시 상대의 입장에서 그 말이 나온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피곤한 무의식적 행동이지만 살아오면서 가끔은 이득을 볼 때도 있었다.
교육과 훈련은 계속되어갔고 각종 사물을 대비하는 인간의 행동학에 관한 교육에서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인문학과 연관이 깊은 것이 아닌가 싶다. 건물이나 특히 호텔 로비의 천장 높이를 높이고 넓게 만드는 이유는 들어오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하여 필요치 않은 행동을 저지시키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카지노의 카펫이 대부분 붉은색인 이유는 인간은 붉은색을 보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흥분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연이 아닌 인위적인 환경에 굴복하지 말고 극복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또한 추후 단독 업무 진행 시 많은 도움이 되었다.
6주 차 정도로 기억되는데 그 주 금요일, 이전 주와는 달리 토, 일요일엔 교육이 없다고 하였다. 무조건적인 자유라고 하였다. 물론 외부로 나갈 수는 없었지만 기상시간 식사 여부도 알아서 편할 대로 하라고 하였다. 이 또한 무슨 의도일까 하는 궁금함도 필요 없이 나는 침대에 누워 그야말로 빈둥거리기 시작했고 잠은 원래 없는 편이라 운동 이외에는 할 것이 없어 그동안의 교육 내용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많아진 여유시간을 대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정말 다양했었는데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하루 종일 그리고 일요일 저녁 시간쯤 되었을 때 불안증세를 보이는 친구들이 나타났다. 아마 규칙적으로 정해진 일상을 벗어났지만 주어진 공간과 환경 안에서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교육 시간에 배운 내용 중 인상적인 것은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30일 정도를 굶을 수는 있지만 5일 이상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 기능은 72시간 까지라고 하였다. 그리고 72시간 동안 잠을 안 재우면 인간은 정신적인 면에서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미군은 인간에 대한 극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갖고 실전 업무에 따라 교육을 체계화해놓은 듯했다. 우리 교육생이 앞으로 맡게 될 업무를 기준으로 미 국방성은 이 곳 호주 사막 한가운데서 사람을 선발하고, 교육시키는 것에 집중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전략 자산을 다루는 업무와, 미국이 제시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실무진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