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국 국방성 요원 교육 이수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내가 받은 교육의 내용을 곰곰이 회상을 하면 어떠한 일을 위해 사람이 먼저 갖추어야 할 일에 대한 것들을 준비시키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감정을 통제하고 객관화시키면서 상황을 파악하여 본능적으로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었다. 그러한 교육이 16주 만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놀라웠고, 미 국방성 교육의 치밀함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본성을 유지한 채 극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탈 바꿈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 느낌이다. 이 교육은 이후 내 삶의 깊숙이 자리 잡고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였다.

어느덧 훈련 기간의 반이 지나가는 8주 차의 금요일이 되었고 그동안의 교육 성과를 테스트하는 시간이 왔다. 지금까지 예고 없이 진행되어온 수많은 일련의 시간들 탓인지 어떤 테스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다.

HR이 들어와 150 문항의 시험지를 주었는데 희한하게도 30문항만이 교육에 관한 문제였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정신상태를 질문하는 문제들이었다. 내가 여기서 도대체 무얼 하는 건가 라는 의구심도 생겼지만 참기로 하였다. 이제 교육 기간의 남은 시간 동안 교육만 받으면 된다 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8주 차 테스트 결과와 그동안 모니터링된 부분들을 종합하여 추가로 4명의 탈락자가 발생하였고 이제 총인원은 15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인원은 훈련을 마칠 때까지 변동 없이 남아 있었고 훈련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교육 내용 대부분이 앞으로 우리가 실무에서 대면할 경우의 수들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 들이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당황하고 실수할 확률을 최대한 줄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예상치 않은 상황 발생 시 최소의 감정 변화와 최단 시간 내의 상황인지 등...

집체 교육의 장점과 함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립감을 주기 위한 한정된 공간과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는 교육, 훈련으로 자기 본연의 감성 제어와 통제 능력 및 현실 객관화를 통한 업무 수행에 부합하는지가 초점이었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친구들은 탈락하게 된 것이었다.


14주 차부터 우리가 머물던 시설에서 근무하는 군인(헤어 스타일로 유추 군복을 입은 모습은 못 보았다.)이 통신과 관련된 교육을 교육과 훈련이 끝날 때까지 담당했다. 교육은 종합된 정보가 슈퍼 컴퓨터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는지와 거기에 쓰이는 각종 장비들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와 함께 훈련은 실제 기기로 연습하였다.


그때 그 지하에서 본 것 중 가장 신기했었던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인공위성이 찍은 지상의 자동차 바퀴 자국 사진을 가지고 몇 톤 트럭에 어느 정도 무게의 화물이나 사람을 적재했다 라는 예상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 지역의 토양과 날씨까지 감안하여 모든 경우의 수를 만들고 이를 슈퍼컴퓨터가 계산하여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지금의 GPS를 이용한 위치추적기 같은 것이었는데 크기는 소니 워크맨 정도였고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부착되어 있는 물체를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며칠 후 내가 차고 있다가 실제로 도움을 받은 일이 발생하였다.


15주 차 중반쯤 HR이 서프라이즈 한 제안을 했다. 외출…

50여 일만의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시간은 늦은 밤 사막의 온도는 좀 쌀쌀하겠지만 한 낮보다는 좋을 것이라 했다. 보통 일반적인 경우 같았으면 아마 소리들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는 것이 정상이었을 텐데 우리 모두는 정말 쿨 했었던 것 같다. 그저 고맙다 라는 말만 했다. 과연 교육의 성과였을까? 아니면 감성의 말살이었을까?

저녁 식사를 마치고 22시경에 엘리베이터 앞 집합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긴 운동복을 입고 우리 모두는 엘리베이터 앞에 모였다. HR과 함께 지상 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0여 일 만에 지상으로 아니 자연으로 나왔다.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이라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하늘을 보았을 때 보았던 별무리의 그 장관은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크게 여러 번 심호흡을 하면서 제일 그리웠었던 신선한 공기의 냄새를 맡으려 노력했다.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고 흙이 있는 곳으로 가 흙도 만져 보았다. 나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주변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만이 깔린 사막이었다.

어두움에 시각이 익숙해질 때쯤 건물 옆에 여러 대의 Dune Buggy 차량들이 보였다. 요즘 유원지 같은 곳에서 빌려 탈 수 있는 4륜 구동 ATV 같은 것이나 전복을 대비한 프레임이 달린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2인승 자동차였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차량이 눈앞에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여러 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탈 경우도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HR과 해병대원 2명은 군용 지프차를 타고 우리는 2인 1조가 Dune Buggy에 탑승하였다. 탑승 전 교육 시간에 보았던 위치추적기를 각자 허리에는 차고 우리 모두는 사막으로 향했다.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고 아무 불 빛도 우리가 탑승한 차량의 불빛들 만이 어두운 사막의 불꽃놀이처럼 여기저기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였다. 깜깜 하지만 우리들만의 세상이었다. 어느 정도 사막의 드라이브를 즐긴 후 하늘을 보니 아까와는 또 다른 모습의 엄청난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제대로 별들을 감상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려 그 자리에 누워 바라보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참으로 멋진 광경이었다. 함께 동승한 친구는 드라이브를 더 하겠다고 하여 데리러 오라는 부탁과 함께 나는 계속 누운 체로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동승한 친구가 오질 않아 일어나 주위를 보니 Dune Buggy의 불빛도 시끄러운 엔진 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두려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 두려움은 더해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엔진 소리와 함께 멀리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불빛을 향해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질렀다. HR과 해병대원들이 내 허리에 찬 위치추적기로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나와 동승한 친구는 드라이브를 즐기다 길을 잃었고 불빛을 따라 합류하였지만 나와 헤어진 곳을 찾을 수 없어 HR에게 보고 하였던 것이다. 기준으로 삶을 만한 아무런 표식도 없는 그 넓은 사막에서 손바닥만 한 기계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고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사할 뿐이었다.


사막 드라이브 이후 친구들은 여느 때 보다 열심인 것 같았다. 아마도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교육 기간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서 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적용시킨 결과일 것이다. 이후 교육은 소양교육이나 사상교육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루었고 이전에 교육받은 내용들을 복습하면서 실습하는 것이었다.

슈퍼 컴퓨터 CRY II

교육이 거의 끝나갈 무렵쯤이었던 것 같은데 처음으로 지하 3층으로 내려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Cray-2라는 슈퍼컴퓨터의 실물을 볼 수 있었다. 철제 캐비닛을 몇 개 붙여 연결시켜 놓은 듯한 말발굽 모양의 기계로 양 쪽으로는 두 개의 커다란 철제 케이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때론 드르륵드르륵 때론 딸각딸각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었는데 과연 그 모습 만으로는 교육을 받은 내용처럼 빠른 속도로 그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결과를 줄 수 있는 것인지는 평가할 수 없었다. 조금 우스웠던 것은 그렇게 첨단을 달린다는 기계가 자동차처럼 발생하는 열을 물로 식힌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크지도 않은 기계를 완전하게 조립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또한 의아한 일이었다.


생전 처음 본 슈퍼컴퓨터의 인상은 약간 웃기는 모습이었고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기억할 수 있는 새 소년 잡지의 연재만화 바벨 2세에 나오는 바벨탑과 같이 머나먼 미래에 기계가 사람을 통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슈퍼컴퓨터의 기능과 능력 등에 대한 교육과 모든 교육 과정이 끝나갈 무렵 반드시 암기해야 한다는 자료들을 주었는데 세계에 나가 있는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위치한 국가와 도시 이름들과 함께 그 당시 미국의 국적기가 취항하고 있는 국가와 도시 그리고 공항 이름들을 모두 암기하는 것이었다.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지난 16주간의 교육을 뒤로하고 올 때는 세대의 헬기로 왔었던 길을 두대로 가게 되었다.

호주 공항에 도착 후 HR과 15명은 공항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교육기간 동안의 식사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일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좋았고 거의 100일 만에 알코올 맛을 보았다. 자유로움과 문명의 이기가 얼마나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었는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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