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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새 Jun 12. 2020

개인성의 도전

내가 온전한 개인으로 존중 받아 볼 수 있길. 

도전 (挑戰)

지인들과 함께한 소규모 글모임 <하드코어 라이터>에 썼던 글입니다. 

호기롭고 비장하게 썼지만 여전히 비실거리는 나약한 개인입니다.


도전. 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거창한 일인 것 처럼 들린다. 도전은 '성공'이라든지, '쟁취' 혹은 '극복'이라는 단어와 한쌍인 것 처럼 보인다. 도전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심지어는 실패한 도전마저 실패가 아닌 것으로 그려진다.  실패한 도전은 단체의 유대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거나 개인에게 앞으로 나아갈 깨달음 혹은 교훈을 주는 긍정적 존재다. 도전(挑戦),  돋울 도에 싸움 전.  싸움을 돋우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타협을 하는 것에 가깝다. 


처음 <도전>이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뭐야 자소서써야해?'하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의 문항에서 빼놓을 수 업는 것 중에 하나도 <도전>이다. 자기소개서는 입사 지원자에게 인생에서 어떤 도전을 했는지 도전하는 경험을 통해 어떤 가치를 얻게되었는지 그리고 그 긍정적인 가치를 회사의 업무에 얼마만큼 반영시킬 수 있는지하는 포부를 듣는다. 기업이나 사회가 원하는 도전은 끊임없이 긍정적 가치를 생산해내는 것들이다. "도전과 성취로 '하면된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하는 식의 것들이다. 사회나 기업에서 원하는 것은 도전 그 자체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용인될 만한 정상 혹은 평균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 발휘하는 <도전정신>이다.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개인이 스스로 발굴해낸 긍정적 가치로 얼마나 체제에 잘 순응하는 인간이 될 수있느냐 하는 가능성이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도전은 이제 자기계발이 되었다.  우리 시대에 자기계발하지 않는 인간은 게으르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다. 다르게 말해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기업 혹은 사회의 욕망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더 좋은 차나 더 넓은 집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더 많은 권력과 지위를 위해 싸우지 않는 사람이다. 기업과 사회는 그들의 나태함과 아둔함이 지역을, 국가를 도태시키고 결국에는 낙오하게 만들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입시킨다. 사회에서 환영 받는 도전은 개인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그리하여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나의 개인적인 도전은 온전한 한 사람의 개인이 되는 것이다. 어떠한 수단이나 도구의 취급도 받지 않는 한 사람의 인간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더라도 온전한 "한 사람" 혹은 "인격체"의 대우를  받는 것은 더 어렵다. 나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동등한 기회를 갖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기를, 권력의 유무에 따라 함부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를 그리고 모든 국민이 개인의 안전을 보장받기를 바란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모든 국민도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George Orwell). 한국사회에도 아직 더 평등한 돼지들이 남아있다. "더" 평등한 돼지들이 끊임없이 너는 열등하다고, 2등시민이라고 너와 나는 같은 급이 될 수 없다고 나의 개인성에 폭력을 휘두른다. 나는 그것들에 대해 반대하고 그 말에 도전한다.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온전한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05.19 하드코어 라이터 모임 네번째 글 




*사진출처

<Person standing on concrete road> photo by Luke van Zyl @lukevz

https://unsplash.com/photos/Dq0N1y0YHC8

<Ideas for my resume> photo by Markus Winkler  @markuswinkler

https://unsplash.com/photos/7iSEHWsxP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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