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내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늘 갖고는 싶지만 선뜻 살 수는 없는 '포르쉐' 자동차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작가’가 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글쓰기에 관한 책도 보고, 따르고 싶은 작가의 작품도 여러 권 탐독했습니다. 마치 '포르쉐 오너'가 되기 위해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처럼.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수년, 뮌헨을 주제로 첫 번째 글을 쓴 지 석 달,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된 지 이십여 일만에 열 편의 글을 썼습니다. 내 안에 응축되어 있던 글쓰기 욕망이 마구 폭발하던 시기입니다. 그 뒤로 다섯 달 정도 걸려 다섯 편의 글을 추가로 완성했습니다. 작가가 되는 길, 작가가 가는 길이 녹록하지 않음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여행과 출장에 관한 열다섯 편의 에세이를 지어냈지만, 뭔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과는 다른 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즐겨 듣는 세계음악을 각 에피소드에 함께 소개해 보고자 했습니다.
각 에피소드의 내용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한 후 그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음악을 유튜브로 들을 수 있어, 관련 링크도 추가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내게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받은 책은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글쓰기》입니다. 의미 있게 다가온 문구들을 잠시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글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쓰면 된다. 첫째, 쓰고 나서 편집하면 된다. 둘째, 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셋째, 당신이 쓴 글에 다른 사람은 그다지 관심 없다. 당신이 다른 사람 글에 크게 관심 없는 것처럼. 넷째, 자료 열심히 찾고 시간을 들이면 된다. 다섯째, 최선을 다해 쓰고 남에게 보여주면 된다."
"글 쓸 때마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정해보자. 창피만 면하면 된다. 분량을 채우기만 하자. 문법에 맞게만 쓰자. 독자가 이해 못하는 글만 쓰지 말자. 이런 목표를 갖고 쓰면 성공한다. 작은 성공이다. 이런 성공이 모여 자신감을 만든다."
열다섯 편의 글을 쓰는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작가의 장벽(Writer’s Block)이란 것도 경험하고 어떤 한계에 봉착한 것 같은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글쓰기의 과정임을 알고 있었기에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강원국의 글쓰기》를 보면, ‘작가들의 작가’라 불리는 글쓰기 교수법의 대가 윌리엄 진서(William Zinsser)가 그랬다고 합니다.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는 실제로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나 그러하듯이, 글쓰기는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좀 느리고 더디겠지만 앞으로도 나의 언더커버 글쓰기는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