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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하 Aug 11. 2020

워싱턴DC  . 특별한 도시, 특별한 버거

미국

내게는 세렌디피티의 도시로 기억되는 DC.
언젠가 이 도시를 다시 찾아온다면,
그때 나는 어떤 세렌디피티를 만나게 될까?



마법 같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 미국의 어느 ‘특별’한 도시에 도착합니다. 분명 오늘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는데, 14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같은 날 오전을 살고 있다는 사실. 미국 정치의 심장부, 더 나아가 세계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 D.C.(Washington D.C.)에서의 일정은 이런 신기한 경험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로, 시차 한 시간을 극복하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런 계산법이라면 이곳 워싱턴 D.C.에서는 대략 2주라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그렇게 여유 있는 일정의 출장을 허락하는 회사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하릴없이 다들 저만의 노하우로 한낮의 졸음과 한밤의 불면증이라는 불청객을 슬기롭게 맞이할 준비를 할 뿐이죠.


워싱턴 D.C.의 정식 명칭은 '컬럼비아 구(District of Colombia)'이지만, 단순한 '구'가 아닌 미국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행정 구역입니다. 그래서 D.C.는 ‘컬럼비아 특별구’로 번역되기도 하죠. 때로는 워싱턴으로, 때로는 DC로, 경우에 따라,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가 다 같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입니다.

링컨 기념관 (출처: Unsplash)

다시 시작하는 일요일, 이 특별한 날을 DC와 친해지는 데 사용하기로 합니다. DC에는 미국의 수도답게 많은 정부기관 청사와 기념관이 위치해 있지만, 내 눈에 단연 돋보이는 건물은 따로 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신전을 모델로 지었다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링컨기념관(Lincoln Memorial)입니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지금까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인 에이브러햄 링컨, 극렬한 남부 지지자가 쏜 총에 맞아 유명을 달리한 링컨 대통령이 그곳에서 많은 여행자들을 맞이 합니다.


건물 외부에 웅장하게 서 있는 36개의 도리아 양식 기둥은 링컨 대통령 서거 당시, 미국 36개 주의 통합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기념관 내부에서 만나는 높이 5.8미터의 링컨 대통령 조각상은 다른 어떤 조각상보다 압도적으로 다가옵니다. 기념관 안쪽으로 이동하면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문도 만날 수 있죠.


기념관 바로 앞에는 우리가 수많은 영화, 뉴스 등에서 익히 보았을 워싱턴기념탑(Washington Monument)이 있습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해 건축한 높이 169미터의 이 탑을 아주 먼 거리에서 대면합니다.

링컨 조각상

특별한 도시, DC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임파서블(Impossible) 버거라는 ‘신기한 발명품'이 있습니다. 고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고기 맛에 가까운 패티를 만들어 상용화한 제품인데, EBS 다큐프라임에 소개되기도 했고, 가끔 TV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궁금했습니다. 정말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맛일까. 다큐 속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 - '고기 맛 같다’, ‘맛있다, ‘놀랍다' - 은 과연 사실일까. 나는 햄버거 마니아도, 육식 애호가도 아니지만, 임파서블 버거가 불러일으킨 불가능한 맛이 정말 궁금했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그 맛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 여기 DC의 한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그 버거와 조우합니다. 임파서블 버거가 눈에 들어온 이상 다른 메뉴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문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임파서블 버거

실제로 맞이한 임파서블 버거. 신기한 점은 정말 이런 모양과 맛의 버거가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고, 아쉬운 점은 '맛의 진화'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고기 햄버거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육향과 적당한 육즙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이 정도 맛을 낼 수 있다는 점 자체는 ‘서프라이즈’입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영어 단어가 있습니다. 동명의 영화도 있죠. ‘뜻밖의 발견’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우연하게 일어나는’ 행운, 재미, 발견 등을 의미하죠. 내게는 세렌디피티의 도시로 기억되는 DC. 언젠가 이 도시를 다시 찾아온다면, 그때 나는 어떤 세렌디피티를 만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 에피소드 주제곡 ♫    

▶︎ Englishman in New York // Philharmonix
▶︎ https://youtu.be/I_i-P-dANT8
▶︎ 필하모닉스는 빈 필과 베를린 필의 수석 연주자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7인조 실내악단입니다. 악기는 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클라리넷, 그리고 피아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그들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해석하여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는 멋진 사람들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내한공연도 왔다 갔었네요.
워싱턴 D.C. 얘기를 꺼내 놓았으니 당연히 워싱턴과 관련된 음악을 이 에피소드의 주제곡으로 뽑았어야 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그런데 내 마음속에 떠오른 음악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독특한 느낌으로 빚어낸 <Englishman in New York>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만 이 곡의 제목을 살짝 바꿔보겠습니다, 이렇게요 <Korean man i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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