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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하 Jul 23. 2020

브뤼셀 . 크루아상은 행복 메신저

벨기에

‘바사삭, 바사삭’ 소리와 함께 진행되는 크루아상의 해체.
입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풍부한 맛에 한없이 빨려 듭니다.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일찍 찾아옵니다. 한국과의 시차라든가 낯선 잠자리라든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행이 가져다주는 설렘 또한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던 사람들도 여행지에서는 아침식사를 즐기곤 하죠. 보다 여유롭고 생기 넘치는 소중한 아침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동남아 도시에서는 대개 호텔 숙박에 포함되어 있는 조식권으로 식사를 합니다. 조식 뷔페에 가면 쌀국수와 볶음밥과 각종 열대 과일들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죠.


하지만 유럽에서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묵는 곳이 고급 호텔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반 여행자들이 흔히 찾는 호텔에서 동남아에서와 같은 호사스러운 조식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성비를 고려한다면 밖에서 적당한 가격의 메뉴로 아침을 해결하는 편이 좋습니다.


벨기에 브뤼셀(Bruxelles, Brussels)이 그런 도시입니다. 굳이 호텔 조식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마음에 드는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 나만의 풍요로운 아침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가벼운 옷차림과 마음으로 카페를 향해 가는 길, 그 길에는 조용한 아침 공기와 그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공존합니다.

카페 내부

카페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가게 안은 이미 빵 굽는 냄새로 가득합니다. 그 누구라도 이 치명적 유혹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소한 냄새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카페 직원에게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주문을 합니다.


 “롱블랙(Long Black, 아메리카노) 한 잔 하고, 크루아상(Croissant) 하나 주세요.”

 “크루아상은 지금 굽고 있는 중이에요. 한 십 분 정도만 기다려주세요”


매혹적인 냄새에 너무 빠져 이렇게 대답할 뻔했습니다.

 “아 네, 한 시간도 기다릴 수 있어요.”

카페 창밖 풍경

모든 이의 입맛을 사로잡는 크루아상이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버터와 밀가루 반죽이 얇게 쌓이면서 크루아상의 결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위해 반죽을 펴고 접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크루아상에 만든 이의 정성이 흠뻑 깃들여져 있음을 생각하니 이 빵에 대한 애정이 더해집니다.


드디어 나온 커피와 빵. 커피 친구로서의 크루아상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게다가 갓 구워진 크루아상은 고소한 향과 맛깔난 모양에서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 큰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이제 한 입 물어볼 차례입니다. ‘바사삭, 바사삭’ 소리와 함께 진행되는 크루아상의 해체. 입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풍부한 맛에 한없이 빨려 듭니다.

갓 구운 크루아상

어쩐지 한 개 만으로는 이 욕구를 다 채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곳은 브뤼셀,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본능에 따라 주문대로 다가갑니다.


“저, 크루아상 하나만 더 주세요”

이 주문과 함께 오늘의 행복지수가 1만큼 더 올라갑니다.



♫ 에피소드 주제곡 ♫    

▶︎ Le Coeur // Thievery Corporation (voc : Lou Lou Ghelichkhani)
▶︎ https://youtu.be/giGMXVDec9M
▶︎ 에피소드 주제와 관련 없이 선곡한 두 번째 곡은 미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밴드 Thievery Corporation의 <Le Coeur>입니다. 1995년 롭 가르자와 에릭 힐튼이 결성한 씨버리 코퍼레이션은 일렉트로니카뿐만 아니라 레게, 재즈 등 세계 다양한 장르의 음악 요소를 섞어 자신들만의 음악 스타일을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밴드이지만 노래는 프랑스어로 불렀고 제목은 ‘마음’이라는 의미입니다. 노래는 루루 겔릭카니라는 여가수가 불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풍의 전자음악입니다. 적당한 베이스음이 배경을 이루는 이 곡은 무한한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혹시 이런 풍의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Art of Noise의 <Robinson Crusoe>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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