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원하 Jul 21. 2020

잔세스칸스 . 풍차마을 가는 길

네덜란드

마치 호찌민시티의 거대한 오토바이 물결과 같은,
이곳 잔세스칸스만의 풋풋한 자전거 물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네덜란드 하면 풍차의 나라, 그 풍차의 나라에 와서 풍차를 보지 않는다면 정말 서운한 일이 되겠죠. 오후에는 브뤼셀로 넘어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풍차마을로 출발합니다.


출발지는 암스테르담(Amsterdam) 인근의 작은 마을 잔담(Zaandam). 11월 초의 아침 공기는 생각보다 많이 차갑습니다. 역 앞의 작은 편의점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몸에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이 계절에 마시는 뜨겁고도 진한 커피는 하루 일정의 준비품으로 참 제격이란 생각이 듭니다.


잔담에서 풍차마을이 있는 잔세스칸스(Zaanse Schans)까지는 기차로 두 정거장 거리. 그리 멀지 않은 길을 달려 잔세스칸스 역에 도착합니다. 우리네 전철역과 닮은 자그마한 크기의 이 역에는 주차장도 있고 자전거의 나라답게 자전거 이용객들을 위한 보관소가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로 걸어가는 길에는, 모든 도보 여행자의 필수품, 구글 지도가 함께합니다. 이른 아침, 풍차를 보러 가는 길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한 이십 여분을 걸어 어느 다리에 도착하니 드디어 저 멀리 풍차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리 위 전경

사실 가까이서 보는 풍차는 생각만큼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기는 않습니다. 역시 풍차는 저만치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것이 더 동화적이고 더 낭만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수많은 풍차가 제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이곳에는 이제 열 개 남짓한 풍차만이 남아 있죠. 개중에는 고양이, 어린양, 황소, 관리인, 탐구하는 사람 등과 같은 재미난 이름을 갖고 있는 풍차도 있습니다. 풍차마다 고유한 이름을 붙여준 이곳 사람들의 재치가 살짝 느껴집니다.


주요 관광지에는 대개 그곳을 대표하는 포토 존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그곳일 확률이 높죠. 잔세스칸스 또한 그러한 장소가 있습니다. 물과 풍차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을 이곳보다 잘 담을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풍차들이 그 옛날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가로움을 마음껏 누리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상상을 해 봅니다.

풍차마을 포토 존에서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 길, 이색적인 광경과 마주치게 됩니다. 마치 호찌민시티의 거대한 오토바이 물결과 같은, 이곳 잔세스칸스만의 풋풋한 자전거 물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자기 몸집보다 훨씬 커다란 자전거로 씽씽 달리고 다른 아이는 바라만 봐도 부러운 긴 다리로 너무나 여유롭게 운전합니다. 학교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적지 않은 거리를 매일 자전거를 타고 가면 꽤나 운동이 되겠다 싶습니다.

등굣길의 아이들

등하굣길을 자전거로 왕복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문득 예전 동료 율리안과 한 신문 기사를 떠올립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세계에서 키가 제일 크다던데, 그들이 그렇게 큰 이유에는 이 자전거도 있지 않을까, 그도 학창 시절에 자전거를 열심히 탔을까, 그는 자전거를 너무 심하게 타서 거인이 되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스운 질문을 속으로 되뇌며 혼자만의 추억에 빠져듭니다.



♫ 에피소드 주제곡 ♫    

▶︎ 학교 가는 길 // pf : 김광민
▶︎ https://youtu.be/cAxE4DcZths
▶︎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김광민의 곡 <학교 가는 길>은 참 신이 나는 곡입니다. 혹자는 곡의 제목과 멜로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하죠. :) 
“솔 솔솔파미파 솔 시도 라 시도 솔 시도 파 파미 레 미 파~~~”

학교 가는 아이들의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있어, 나의 학창 시절도 그러했고, 학교 가는 길이 매일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지만요. 늦가을의, 조금은 쌀쌀한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풋풋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전 12화 콜롬보 . 미니스트리 오브 크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