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자란 아이
저는 어릴 때 터미널 앞 작은 사진관에서 자랐어요. 2일 7일, 5일마다 장이 열렸는데 장날이 오는 날이면 엄마와 저는 어김없이 장을 보러 나섰죠.
조그만 시골이었지만 사진관 바로 옆에 LG슈퍼마켓이라는 대형 슈퍼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엄마와 저는 장날이 서기 만을 기다렸죠. 그때 아마 제가 10살쯤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엄마와 저는 같이 장을 보러 다니는 친구가 되었어요.
음~ 시장 냄새, 시장에 가면 살아있는 야채들로 늘 싱그러워요. 그리고 음식과 물건도 볼 수 있지만 그중에 제일은 사람 구경이죠. 생선을 손질하는 아저씨의 표정, 시금치를 다듬고 있는 아줌마의 손놀림 그리고 도토리묵 맛 한번 보고 가라며 손짓하는 아줌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전 여전히 대형마트에서 사는 봉지에 깨끗이 담긴 시금치보다 흙이 묻어있는 시금치를 살살 털어 장 바구니에 담아주는 시장을 더 좋아해요. 그곳에서는 뭔가 채소 또는 물건 그 이상을 사는 기분이 들어요. 동네 아주머니께서 직접 키우거나 다듬어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게 그냥 감사한 것 같아요.
근처에 시장이 열린다고 하면 오늘 저녁거리는 그 시장에서 보는 거예요.
저녁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모를 땐 시장 이모에게 물어보세요. 그럼 뚝딱뚝딱 금세 한 상이 차려질 거예요.
빠르게 생겨나는 대형 마트 사이에서 여전히 1주일 혹은 2주일마다 열리는 market시장 이 있어서 오늘도 저는 시장 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