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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외자 Mar 02. 2019

그걸로 충분하다, 영화 <증인>

이한 감독/정우성, 김향기/129분/12세 관람가/2019년


멜로, 코미디 그리고 드라마 장르 등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 ‘이한’

그가 3년 만에 새로운 영화를 가지고 나왔다.    


영화 <증인>은 살해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아 중학생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은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기회를 잡기 위해 로펌 대표의 무료 변론 제안을 선뜻 받는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유일한 목격자가 자폐아 ‘지우’(김향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용의자로 유치장에 있는 자신의 고객 ‘미란'(염혜란)의 말을 더 믿게 된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자폐아의 특성을 이용해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순호’는 ‘지우’를 증인으로 재판에 세우려고 한다.


마음을 열지 않던 ‘지우’는 점차 ‘순호’의 선의에 곁을 내어주지만, 

재판에서 결국 ‘순호’는 ‘지우’가 자폐아라는 이유로

증인으로서의 신빙성을 제기하며 ‘지우’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결국 ‘순호’는 사건의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변호사의 윤리를 져버리고(의뢰인의 비밀을 지킨다는 윤리) 항소심 재판을 다시 진행한다.




영화 <증인>은 러닝타임 129분 동안 잔잔하게 흘러간다.

커다란 임팩트나 놀랄만한 반전이 숨겨져 있지 않지만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자폐아 ‘지우’를 연기한 김향기의 몸짓과 시선 하나하나를 따라가게 된다.


최근 장르적 성격의 한국영화로 지쳐있었다면 한 템포 쉬어가기 좋은 영화이다.   

 

다만 이 영화의 아쉬웠던 점은 항소심 재판에서 

‘순호’의 갑작스러운 자기반성은 넘치는 설명이 아니었다 싶다.

자신은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며

자신의 편견이 진실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았다는 구구절절한 변명이 꼭 필요했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 엔딩에서 ‘지우’가 ‘순호’에게 뛰어가 안기는 장면은

관객들의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작위적 장치였다.


영화 속 ‘지우’는 자신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도 포옹은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만의 몸짓으로 타인과 인사를 하고 허물없음을 최대한으로 표현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지우’가 ‘순호’에게 다가가 ‘순호’가 평소에 그렇게 원하던 인사방식을

‘지우’가 먼저 팔을 들어 표현했다면 더 아름다운 장면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영화의 따뜻함을 전달하기에는 그걸로 충분했으며,

영화제에서 ‘지우’를 연기한 김향기가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받게 되길 바라는 영화 <증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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