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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외자 Nov 17. 2018

과거의 나를 만나 미래를 꿈꾸다.
영화 <미쓰 백>

이지원 감독/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98분/15세 관람가/2018년


필자가 드라마나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는 작품에서 풍겨 나오는 전체적인 느낌이다. 

너무 우울하거나 어두운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면 그 작품은 굳이 찾아서 보지 않는다.    


영화 <미쓰 백>도 그리 밝지 않은 영화라는 걸 알아서 제쳐두고 있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 관련 기사는 하루가 멀다 올라왔고,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생길 즈음

최근 작품의 주연 배우인 한지민이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시작으로

제38회 영평상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되면서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새로울 것은 없다. 


최근 tvN에서 방영됐던 이보영 주연의 <마더>와 

2014년 작 영화 배두나 주연의 <도희야> 등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뉴스에서도 충격적이지만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이기에

<미쓰 백>의 소재는 이미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어릴 적 엄마에게 학대를 받고 버려진 백상아.(한지민) 

자신을 겁탈하려던 고위급 관직의 아들에게 상해를 입힌 뒤 전과자가 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세상에게도 버림받은 상아는 돈을 벌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고

그녀의 곁은 상아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경찰 장섭(이희준)이 지키고 있다.    


상아는 평생을 미워하던 엄마의 죽음 소식에 슬퍼하기보다는 분노하고,

그 분노한 눈빛의 끝이 닿은 곳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아이 김지은(김시아)이었다.


직감적으로 자신의 과거와 동일한 현재를 살아가는 지은을 알아보고

상아는 투박한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지은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호의였고

자신을 찾으러 온 계모를 보고 상아의 뒤에 숨어 새끼손가락을 잡는 지은의 모습은

힘껏 도움을 요청하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고달픈 자신의 인생에 더 고달파 보이는 지은을 품기에는 버거웠던 상아는

머리로는 멀리하려고 하지만 지은의 불행에 몸이 먼저 움직이며

과거 엄마와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술만 먹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엄마가 상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유기하는 최악이지만 제일 나은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아와 지은,

상처받았고 상처받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위로하고 위로받는 둘을 보면서

조금은 나은 미래를 함께하기를 기도하게 된다.




새롭지 않았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점은 따로 있다.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 놈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나쁜 놈들은 뒤늦게 어설픈 반성과 후회를 쏟아내고

더 나아가 가끔 그들은 구원의 손길 혹은 용서를 받게 되는 상황이 묘사된다.


하지만 <미쓰 백>에서의 계모와 친부는 자신들의 죄가 드러나도 반성 따윈 하지 않는다.

더욱더 악랄해지고 자신의 아이를 저주하는 말까지 아무렇지 않게 쏟아낸다.


아이를 학대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쓰레기는 끝까지 쓰레기로 담아내는 게 속 시원했다.


맹자의 ‘성선설’따위 무시하고 가해자를 철저하게 가해자로 표현해내는 감독의 단호함은

영화 내내 흐르는 어두운 분위기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용서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용서를 베푸는 건 죄악임을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영화 <미쓰 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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