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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환Juancho Jan 15. 2023

평가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

한 연예인이 사과문을 썼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다들 평가하고 싶어 안달 났구나.

2023년 대한민국 사회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평가하고 싶어한다. 그것도 몹시.


평가하는 행위는 쉽다. 그리고 재밌다.

나로 인해서 대상의 가치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

평가자는 잠시나마 권력을 가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평가는 중독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유쾌하지만은 않다.

좋은 평가만 받을 리가 없기에.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진심을 다할수록 누군가에 내보이기가 부끄러워지는 법.


그래서 평가받는 일엔 용기가 필요하다.

아플 게 예상이 되기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어진다.


이런 양면성.

평가하는 건 쉽고 재밌지만 평가받는 건 아프고 무섭다.

같은 단어인데 둘의 간극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평가하려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평가받으려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지금 대한민국을 잘라 단면을 살펴보면 이런 모습 아닐까.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쉬지 않고 평가한다.


새해가 되었다.

 새삼스럽게 둘 중 어디에 속해 살아갈 것일까를 각했다.

그래도 내 마음은 평가받는 쪽이다.


그게 더 재밌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피디가 돼보겠다며 결심했을 때부터 각오한 일이다.


오래간만에 뒤적이다 발견했다.

그 시절 오쿠다 히데오 <스무 살, 도쿄>를 읽다 메모해둔 구절.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가 등 뒤에서 날아왔다. 돌아보니 불그레한 얼굴의 아저씨가 서 있었다.

“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 거 되어서 뭐 해? 저기 객석에 앉아서 남이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짓이야. 젊은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 돼!

(중략…)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를 안 하는 일이잖아? 그러니까 안 된다는 게야.”

 “아, 예예.” 둘이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_봄은 무르익고, 1978년 4월 4일 (18살) 中



바람대로 신규 프로그램 제작 팀에 들어갔다.

상반기 론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아직 기획 단계고 나는 콘텐츠 제작의 일부를 맡게 될 테다.


떨린다.

이런 고민이 얼마만인지!


평가받기 위해서

기꺼이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다짐한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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