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현대자동차의 도전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 관해서 알아보려 한다.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 전에 썼던 수도이전에 관한 글과도 관련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신행정수도 이전 도시는 기존에 있던 도시로 수도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산과 들을 밀고 빈 땅에 심시티를 하듯이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시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완벽한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가 대중교통과 자가용 차량 모두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로만 운행되는 전 세계 첫 번째 도시가 되기를 원한다고 공식 석상에서 반복해서 말한다. 그냥 자율주행 자동차가 몇 대 다니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모든 자동차가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스마트 시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의 발현으로 신행정수도 이전 프로젝트에 일본의 손정의로부터 천문학적 투자를 끌어왔고, 세계 최고의 부자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의 협력도 약속받았다. 조코위 대통령이 말하고, 만나는 사람을 보면 행정수도 이전지가 얼마나 스마트한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 President Joko “Jokowi” Widodo has said he wants public and private transportation in the new capital city to be the first in the world that uses only autonomous and electric vehicles (EVs)... 출처: Jakarta Post
조코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신 행정수도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자동차 회사는 미래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교통수단을 통째로 설계해서 완벽하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완벽한 기회가 바로 이번에 새로 만드는 인도네시아의 신행정수도다.
우리나라가 세종시를 만들 때만 해도 스마트시티에 대한 기준이 달랐다. 도시의 모든 차량이 무인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그야말로 진짜 스마트 시티를 만들 생각은 20년 전의 우리는 하지 못 했다. 기술이 이렇게나 빨리 발전할 줄 누가 알았나? 인도네시아의 신행정수도의 '스마트'는 세종시의 '스마트'와는 급이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의 신행정수도는 단순히 자동차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인간의 상상력을 갈아 넣어 만든 엄청난 수준의 스마트 시티로 만들어질 것이다. 세계 최대의 기업인 아람코와, 세계 최고의 전략 투자 전문가인 손정의가 여기에 그냥 뛰어들었겠나?
이쯤에서 현대자동차 이야기로 넘어가자.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고,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앞으로 돈 벌어서 자동차를 살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시장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단순히 시장이 큰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율주행 스마트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미래가 걸려있는 절묘한 타이밍의 특별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설마 그렇다고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새로 짓는 공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안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 내연기관 자동차를 건너뛰고 전기차와 수소차에 올인하는 건 아니겠지?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연초에 열린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미래 도시의 스마트 모빌리티 구상을 이 글과 함께 읽으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의 모습은 어떤가? 인도네시아는 일본 자동차의 천국이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약 97%가 일본차다. 정작 일본 본토에서는 일본차의 내수 점유율이 94.2%다. 그러니까 인도네시아는 일본 본토보다 일본 자동차 비율이 더 높은 셈이다. 그런 인도네시아에 현대자동차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의 격돌은 불가피하다. 자동차 시장의 97%가 일본 자동차라는 것은 단순한 점유율의 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들은 앞으로 현대차랑 거래하면 끝이라는 협박을 기존에 거래하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받고 있단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힘 있는 정치인들도 일본 자동차 회사와 깊은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현대차는 공장을 열심히 지어서 자동차를 그냥 잘 만들어 팔면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텃새와 싸워야 하고 정치적 갑질까지도 감내하며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도네시아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선봉장이 맞붙는 격전지다. 이 곳에서 현대 자동차에 대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방해와 공작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현재 세계 수소차 시장은 한국의 현대 자동차와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가 1,2위를 다투고 있다. (1위 현대, 2위 도요다) 현대 자동차가 이 곳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일본차를 이긴다면, 다가올 미래의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단순히 내연기관 차량을 만드는 굴뚝 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도시의 스마트 교통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첨단 스마트 기업으로 거듭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CES 2020에서 발표한 스마트 모빌리티의 꿈을 인도네시아 신행정수도에서 추진하여 정착시킬수 있다면 현대자동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웃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