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가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겨가는 스타일인 나는 저가항공을 타게 될 상황들을 대비해서 기내용 캐리어 하나에 서브로 쇼퍼백 하나를 들고 체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의 유럽 여행기도 시작인 것이다. 처음으로 떠나는 장기간의 여행, 장거리 여정을 앞두고 몇 번이고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설렘과 불안함 속에 잠 못 들던 출국 전날 밤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간 여행에 비하면 꽤 오랜 시간을 비행한 것이었으나 내려서 잘 찾아갈 수는 있을지에 대한 걱정 덕분인지 내릴 시간이 너무 빨리다가 오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체코, 프라하 공항에 도착하니 블로그에서 조사할 때 보기만 했던 공항 내의 한글 안내판이 눈에 띈다. 낯선 땅에서 만나는 ‘출구’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괜스레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라하에 내리자마자 난 첫 면접지인 체코의 작은 도시 ‘오스트라바(Ostrava)로 가기 위해 Connection이라는 단어를 따라갔다. 같은 공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약간은 낙후된 느낌에 텅 빈 공터 같은 곳으로 나처럼 짐을 든 승객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안내에 따라 걸어서 조금 따라가자 내가 타고 온 비행기의 1/3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비행기가 보였고 계단을 올라 탑승하게 되었다. 1A 좌석부터 맨 끝 좌석이 한눈에 들어오는 크기의 비행기였다. 이 날 느낀 거지만 큰 비행기의 매력은 상공에서 나온다.
이륙을 할 때부터 덜커덩 덜커덩 ‘날 수 있는 거 맞아?’ 생각할 정도로 승차감이 끝내주던 비행기는 상공에 오르자 종이비행기가 팔랑대듯 심하게 흔들리고 오르락거리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상조차 좋지 않아 흔들림에 무서운 공포 분위기마저 형성되게 되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눈을 뜨고는 차마 견딜 수가 없어서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과연 살아서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까?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