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10월을 맞이하는 문지방에서 맞는 그 바람의 향기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을이 오는 향기는
내가 사랑하는 봄이 오는 소리와는 다르다.
마치 작동하지 않던 내 연애세포가
멜로드라마에 몽글해지듯,
봄이 오면 한 겨울 내내 서슬 퍼런 기세로 냉대하던 햇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화함을 되찾는다.
그로 인해 단단히 얼어있던 눈은 녹아 흐르고,
개구리의 “잘 잤다”기지개 켜는 소리와
그간 움츠렸던 꽃들은 찬란한
내 리즈 시절을 만끽하겠다는 듯이
꽃잎을 쫙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가 사랑하는 봄이다.
내가 애정 하는 또 다른 계절,
그중에서도 10월 목전은
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난 뒤에 오는 10월은,
마치 더위를 잘 참아냈다고
안도의 숨을 한껏 내쉬는 것과 같다.
한고비를 넘긴 사람의 편안함과 안정감이 묻어있다.
바람의 향기 또한 다르다.
봄날의 바람이
‘괜스레 설레는 핑크빛 솜사탕과 닮았다’
라고 한다면
10월을 맞이하는 바람은 시원하고 도시적인
코튼 향기를 닮아있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은 가벼이 다가와
내 몸을 기분 좋게 에워싼다.
햇살마저 다르다.
여름 내내 강렬한 비비드 컬러를 닮아있던
햇살의 열기를 걷어내기라도 하듯
구름은 더 높이 띄우고,
노을은 더 붉게 하늘을 수놓는다.
마치 내가 노을을 더욱 붉게 물들일 테니,
여름 내내 강렬하게 빛을 발했던 햇살
너는 이제 좀 쉬엄쉬엄하라는 배려처럼 느껴진다.
내가 일 년 중, 좋아한다고 손꼽는 순간이다.
이런 향기가 바람에 실려올 때면
나는 무작정 나가 바람을 맞이한다. 그리고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네 향기가 그리웠노라고 되뇌어
속삭이듯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16.09.19 서랍 속에 넣어둔 일기장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