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기점으로 여름, 그리고 곧 연말이란 걸 체감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10월 초 노동절부터 데이 라잇 세이빙, 이른바 써머 타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롱 위켄드를 맞아 오랜만에 다 같이 여행이라도 갈까 하고 말이 나왔지만 부킹을 하기엔 이미 꽤 늦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2박 3일 여행은 결국 당일치기 한식 투어로 대체되었다.
한식 투어를 출발하기 전에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사 선물로 받은 극락조 분갈이를 마쳤다. 분갈이를 하며 극락조의 무게와 크기에 새삼 놀랐고 친구들이 극락조 분갈이를 하는 동안 나는 버킨의 분갈이를 완료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으니 두 식물 모두 분갈이 몸살 없이 무럭무럭 자라길.
회사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도 빨리 가지만 주말에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왜 이렇게 순삭 하는 것인지. 먹고 이야기하고 다시 먹고 마시고 하는 사이에 하루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가버렸다. 한인 타운까지 가서 맛있는 음식을 든든히 먹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그렇게 롱 위켄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올해 초에 다녀온 사울 레이터의 전시를 종종 떠올린다. 가서 사진의 사진을 많이 참 찍었는데 가끔 다른 사진을 찾기 위해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그날 찍은 사진들을 보면 매번 마음이 일렁이고 만다. 전시 보러 갔던 날, 정말 추웠어서 괜히 코끝이 시린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래서 얼마 전에는 그날 구입한 엽서를 벽에 붙여두었다.
출퇴근길에 매일 같은 길을 오가며 윈도우가 예쁜 동네에 산다는 생각을 한다. 이사 오기 전에는 당시 살던 동네에 무척 만족했던지라 동네를 옮기고 싶지 않았는데 그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사는 동네가 좋다. 이쯤 되면 나는 그냥 아무 데나 살아도 괜찮은 거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역시 그건 불가능하겠쬬.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기에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윤방울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신다. 친구들이 벌써 온수매트를 켜고 군고구마를 구워 먹는다는 소리에 한국이 제법 쌀쌀해졌구나 했는데 벌써 겨울 이불을 깔아주신 엄마도 너무 웃기지만 아늑한 새 보금자리를 좋아하는 윤방울도 너무 귀엽고.
동네에 점찍어둔 라멘집이 있었는데 비 오는 날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방문하였다. 항상 웨이팅이 길고 평점도 좋아서 기대를 많이 한 집인데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왠지 이곳에서 일식집을 갈 때마다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는 부작용만 생기고 만다.
황선우, 김하나 작가가 쓴 『퀸즐랜드 자매 로드』를 완독 했다. 두 저자의 첫 공저인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재밌게 읽었지만 퀸즐랜드 관광청의 협찬을 받은 책이라 너무 여행 가이드북 같은 책이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다.
이곳에서 나름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생소한 지명이 많아서 조금 놀랐고 읽다가 궁금한 곳이 생기면 마음속으로 동그라미를 쳐가며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글은 김하나 작가님이 코알라에 대해 쓴 호들갑스러운 글.
어느 토요일 저녁에 탐라가 갑자기 <작은 아씨들>이라는 드라마로 도배되었고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결에 넷플릭스를 켜봤더니 업데이트가 되어있어 쾌재라를 외쳤다. 알고 보니 영화 <헤어질 결심>의 정서경 작가님과 류성희 미술감독님이 함께 참여하신 드라마였고 그렇게 저는 매주 가슴을 졸이며 작씨들을 기다리게 되었는데...
오인혜 역을 맡은 박지후 배우는 어디서 봤지 했더니 <벌새>의 은희였고 오인혜라는 캐릭터 영향도 있겠지만 몇 년 사이에 서늘함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특히 초반엔 박지후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북서쪽에서 한랭 전선이 들어선 것 마냥 찬바람이 슝슝 불어와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었고.
김고은 배우는 아방 푼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드라마 전반에 답답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더해줬다. 정서경 작가님의 인터뷰 중 오인주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무엇보다 게임 체인져로 활약하기엔 너무 멍청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하는데 인주가 순수하고 사람을 잘 믿는다는 특징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결국 사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캐릭터라고 설명하신 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아이폰 구입으로 애플 TV+ 3개월권이 생겨 작씨들 종영과 함께 <파친코>를 보기 시작했다. 올해는 보고 싶은 K-드라마가 풍년이라 너모 행복하네요.
코고나다 감독의 영화 <애프터 양>을 먼저 봐서 그런지 파친코 오프닝을 봤을 때 자연스레 애프터 양의 게임 씬이 떠올랐고 vsco 필터라도 씌워놓은 것 마냥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 편 한 편 볼 때마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단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시즌 1은 에피소드가 8개뿐이라 한 회 한 회 아껴가며 보고 있다.
지난번에는 넉 달 정도 걸렸던 선편이 이번엔 웬일로 두 달 만에 도착해버렸고. 갑자기 선물처럼 도착한 소포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언박싱을 했다. 한국집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현재 사는 집에 꽂아놓으니 왠지 모를 안정감이 +10 추가되었고.
책뿐만 아니라 유선 스피커와 머그컵, 그릇까지 도착해서 주말 동안 열심히 정리정돈을 했다. 그동안 1월에 들어올 때 한국에서 가져온 애착 컵 하나만 열심히 사용했는데 오랜만에 매뉴팩트 머그에 연하게 드립을 내려 마시니 좀 행복했고요.
마음산책에서 진행하는 마음폴짝 강연을 좋아하는데 지난번 임경선 작가님에 이어 이번에는 김혜리 기자님 특강이 열린다길래 잽싸게 신청했다. 나는 수다쟁이 기자님, 그리고 은근히 유머러스한 김혜리 기자님을 좋아하는지라 두 시간 동안 귀 쫑긋하고 메모도 하며 열심히 들었다. 다음에도 좋은 강연 또 열어주세요-
주말 특식(햄치즈 크로와상)을 만들다가 빵칼에 손을 베었다. 톱니처럼 귀엽게 생겨 얕봤더니 빵칼도 칼이었다.
비교적 간단한 햄치즈 크로와상이 주말 특식인 이유는 출근 전에는 크로와상을 잘라 버터를 바르고 에프에 넣어 버터가 살짝 녹으면 다시 또다시 햄과 치즈를 넣어 구워 먹을 정신머리가 없기 때문이죠.
슬슬 할로윈 장식이 보이기 시작하는 동네를 벗어나 좋아하는 게 생기면 악착같이 끌어안으라는 천선란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다. 얼마 전에 도착한 매거진B 중 호시노야를 들춰봤더니 건축가 쿠마 켄고의 인터뷰가 보였고 지난번 츠타야 편은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좀 기대를 해도 되려나.
동네에서 할로윈에 제법 진심인 집을 발견했고 이에 질세라 옆집도 주말 동안 업데이트가 되었더라. 할로윈 장식 중에 강아지 해골까지 보여서 디테일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눈이 동그란 멈머가 사는 집이었다.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면 좀 귀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너무 즐겁게 보고 있는 맥도날드 알바생 고양이, 강아지들. 흑흑 너무 귀엽다. 많이들 올려주세요.
한국 휴가를 언제쯤 갈까 고민하다가 2월로 비행기를 끊었다. 비혼세 배구 직관 편을 듣다가 브이리그가 내년 4월까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렇다면 그전에 휴가를 가서 배구도 보면 너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킴이 있는 흥국이랑 짱정아가 속해 있는 도공 혹은 IBK랑 경기하는 걸 직접 보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한국 휴가 가면 일본 여행도 3박 4일 정도 다녀와야지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가보지 못한 홋카이도랑 도쿄를 저울질하다가 김포 인아웃이 가능하고 특별한 계획 필요 없이 설렁설렁 맛있는 거 먹고 쉬다 올 수 있는 도쿄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호텔을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된 건 요즘 새로 생긴 트렌디한 호텔은 약간 성수동 느낌(?)으로다가 방 안에 낮은 침대/테이블이 있고 미니멀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것 같은데(좌) 난 저런 곳 보단 오래됐어도 그냥 전형적인 호텔을 선호한단 걸 깨닫게 되었다.(우) 무엇보다 호텔 조식으론 카페에서 먹을 법한 세련된 아침보다 역시 두어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부페가 최고 아니겠어요.
8월이니 이제 크리스마스 준비해야겠네라고 지난번에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정말 곧 연말이고 연초이니 휴가까지 남은 3개월이 후딱 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면 저는 한국에 있겠지요. 비행기 끊으니깐 내일모레면 떠날 것만 같아서 휴가 가서 할 것, 그리고 가고 싶은 곳들을 추리며 즈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