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꽃 구경 해. 초록불 되면 내가 얘기 해줄게.
우리 아이의 작은 배려로 나는 맘 놓고 벚꽃 구경을 했다.
벚꽂이 만개하는 시기에
이제 이틀, 삼일 후면 만개하겠다. 그럼 정말 예쁘겠지? 하며 나 혼자 작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시기에,
이미 한번 걸렸던 나를 제외 하고,
우리집 남자들이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갇혀 지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꽃잎은 많이 떨어지고, 만개하기는 했나 싶게, 그저 그런 벚꽃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 말도 안되는 핑크 핑크 꽃잎이 나무 가득 가득 매달려 있는 게 환상 적이라
나는 매년 벚꽃을 보는데 좀 진심인 편이었다.
이번에는 그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무척 아쉬워 하고 있었고,
나무에 달려 있는 얼마 안되는 것이라도 보고 싶어
기회 되는 족족, 차창으로 지나는 벚꽃까지 눈에 담느라 애썼다.
나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내 삐약이들이 뒤에 타 있었는데,
대뜸
"엄마, 꽃 구경해 빨리, 내가 초록불 되면 이야기 해줄게" 하며 내 대신 신호를 보고 있겠다 한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이 짧은 시간도 아쉬워 하고 있는 걸?
엄마가 벚꽃나무를 보며 애달아 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애들이 언제 이렇게 컸나 하며 대견스럽기 까지 했다.
곁눈질로 신호를 챙기며 창 밖의 벚꽃나무를 보고 좋아라 하니,
아이들 얼굴에 삐죽거리며 새어나오는 미소가 보였다.
뒤에 차가 없기에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어도 잠시 모른채 하고 있었더니,
두녀석이 야단법석 이다.
"엄마 초록불이야! 빨리 지나가!" 하며 재촉한다.
엄마를 위한 작은 선물을 준 우리 삐약이들이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오래도록 이 행복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