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회 월간 책방 독서 모임 후기
"매일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사냐고. 어떻게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세상을 증오하지 않을 수 있냐고.
올리비아를 잃은 뒤 변한 내 모습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주 이상하지만, 지금의 내가 훨씬 좋다.
올리비아의 투쟁과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기에.
올리비아는 순간순간을 축제로 만드는 법, 작은 성과에 기뻐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인생은 짧고 예정된 것은 없다. 매 순간 모두에게 친절히 대하고, 사랑을 나눠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자식을 먼저 보내는 건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마음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만큼의 큰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분투하고 있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의사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에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지켜야 할 어린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했을 작가가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작가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던 중 어느 인터뷰 내용을 보게 되었다.
죽어가는 아기 곁을 지키며 한없이 울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계속 생각하고 괴로워해야 그게 진정한 공감이고, 진정한 아픔을 나누는 거라는 생각으로 자책하면서 자신을 괴롭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괴로움은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달았고, 공감하더라도 자신을 괴롭히진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충분히 최선을 다했으니,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진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도 나를 괴롭히지 말고 사랑해야겠다.
나를 먼저 사랑해야 가족과 타인들도 사랑할 수 있다.
세상엔 당연한 것이 없듯이, 지금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 감사의 글에서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가슴 아픈 아기들의 이야기를 눈물로 묶어 만든 꽃다발과도 같은
귀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보내줘야 할 때를 아는 것도 사랑의 실천이다
아기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령의 환자를 임종실 또는 집에서 편안하게 보내는 것과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후 처참한 시신으로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누구나 죽는다. 나와 내 사람들이 인생 마지막 언저리에 선다면, 어떤 결정이 올바른 것인가. 애도의 과정은 그 상실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된다. 슬픔을 가장한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종류별로 덮칠 것이다. 그 끝이 없는 과정을 어둠 속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마지막 장면은 중요하다. 성인이라면 연명의료의향서 같은 서류를 작성하거나 가까운 이들과 마지막 가는 길의 바람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나와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은 결정할 수 있을 때 준비해두어야 한다.
인간의 생명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먼저가 아닐까?
읽는 내내 가슴에 돌덩어리하나 얹힌 것 같은 마음이었던 책이다. 태어나도 조기사망 가능성이 높고, 생명을 유지한다 해도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할 수 없는 어른으로 클 아이들. 이 책은 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하는 의료행위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생명의 존엄성은 그 아이들이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늘로 돌려보내줘야 할 별들을 부모의 욕심으로, 자본주의 의료세상 유지 목적으로 억지로 붙잡아 두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출생하는 아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많은 말기병 환자들이 침상에 누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의식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고 없는 사람도 있을게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할 희망이 없는 삶을 살게 하는 건 본인에게도 그렇지만 가족에게도 또한 폭력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돌봄은 거의 가족의 희생과 눈물로 유지되니까. 돌아가신 형님과 누나가 자꾸 생각난다. 그분들의 마지막 모습은 내가 아는 형이나 누나가 절대 아니었다. 전혀 낯선 사람들이었다. 끝까지 통증과 싸우다 돌아가신 누나는 그래서 더 아프게 남아있다. 이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권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존엄사는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또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도 혼자 죽어서는 안 되잖아요. 내가 몇 주간 돌본 아기인데, 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시점까지 각자 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85년의 시간을 가지겠구나 하는 보통의 시간만 생각했다. 그 보통이 보통이 아닌 사람들도 많은데. 아기로 태어나 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 세상의 빛을 온몸으로 맞이하기도 전에 바로 떠나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살아가는 내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가족이 가버려서 혼자 덩그러니 있었던 미숙아를 홀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져왔다.
말기 간호의 본질은 받는 치료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달렸다고 해석한다고 한다. 아직 가족 중에 죽음을 맞이한 적이 없지만, 이제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대이다. 그 생각을 한다. 두 분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는 내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 많이 슬프겠지만, 마지막 가시는 모습에 외롭지 않게 혼자 두고 싶지 않은 마음. 그때의 상황이 꼭 맞아떨어지길 항상 기도하고 있다. 물론 함께 할 시간을 더 만들어 좋은 추억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할 수 있도록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하려 한다.
결국 아기의 목에 구멍을 뚫어 기계가 숨을 밀어주고, 배에 구멍을 뚫어 영양이 들어오는 삶이 시작되었다. 아기는 수많은 시술과 수술을 받으며 고통을 견뎌냈다. 입안으로 들어오던 차가운 금속 기구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튜브가 목구멍을 연거푸 쑤셨다. 수없이 바늘로 찔리고 핏방울이 뚝뚝 몸을 빠져나갔다. 여린 살갗이 메스로 잘리고 관이 목으로 배로 쑥쑥 들어갔다. 결국 아기는 관과 줄에 이어진 채 병원 문을 나섰다. 아기는 고통에 꽁꽁 묶여 있었다. 그래서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첫 돌이 되기 전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즐거운 순간을 글로 적으면 입가에 미소를 띤다. 슬픈 기억을 글로 옮기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쓰면 그때의 고통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느낌은 고통이었다. 탄생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그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형별까지. 자신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을 아무 말 못 하고 아무런 표현도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던 수많은 아기들. 그런 아기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켜내려는 의료진의 사투에 가까운 몸부림. 그러한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 적는 건 또 한 번의 고통일 터였다.
작가는 그간의 일들을 글로 적으며 스스로를 치유해 온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신의 태도를 선택했을 것이다. 여러 이유와 상황 탓에 모든 아기를 살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고통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겠다 다짐했을 테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글로 적으며 스스로를 먼저 단단하게 만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야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이성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간접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낯선 경험을 통해 상대방을 공감하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봄으로써 나의 처지와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그로 인해 보다 나은 태도를 선택하고 보다 바른 삶의 자세를 다듬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충분했다. 아기들의 처지와 그들의 부모의 마음까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흑백논리로 접근할 게 아니었다. 내가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들 모두의 판단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여겼다. 다만 아기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했을 때 아쉬운 선택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자 넷, 아들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다. 모두에게 공통된 생각은 지금 누리는 걸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건강하게 자라 준 아이들에게 감사해했다. 또 어떤 생명도 존재 가치를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2시간이 풍성했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아마도 아빠의 시각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냈다. 엄마였다면 보다 섬세하게 공감했을 테다. 반대로 아빠의 입장에서 책을 읽다 보니 모든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이 책에 다루는 다루고자 했던 여러 문제의식에 대해 보다 농밀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평균 연령 50살 남자들은 이 책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남겨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책 한 권에서 이만큼 얻었다면 이 책의 가치를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 스텔라 황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월간 책방 독서 모임에서
함께 할 멤버를 모십니다.
일정 : 매월 2, 4주 일요일 19시~(2h)
장소 : 온라인 줌
방식 : 2주 차 - 자유 도서
4주 차 - 지정 도서
비용 : 분기별 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