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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18. 2024

삶의 빈틈을 메꿔주는 이것


팔짱 끼고 있으면 한 문장도 쓰지 못한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땐 손가락을 움직여야 한다. 아무 단어나 쓰다 보면 생각이 한 곳으로 모아진다. 선명한 생각은 아니다. '한 번 써볼까' 정도이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다. 글쓰기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충 시작하고 한 발씩 나아가며 완성해 가는 거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삶을 잘 살고 싶은 마음 누구나 다 똑같다. 월급 많이 주는 직장, 쉬고 싶을 때 눈치 안 보고, 아이도 스스로 잘하고, 더 넓은 집과 더 안전한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만족해하는 삶도 좋지만,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늘 밝은 표정으로 주변 사람과 어울리며 배울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만족해하는 인생도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인생을 바란다. 때로는 욕심이 과해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




남의 말만 믿고 퇴직금을 투자하는 사람, 편협한 생각에 빠져 아이의 미래를 재단하는 부모, 내 기준에 따라 상대방을 조정하려는 상사.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는 이들이 많다. 세상일에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단계를 건너뛰어서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벽돌을 빼먹고 쌓으면 기초가 부실해지고 무게가 가해질수록 힘을 받지 못한 곳에서 무너지기 마련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만큼 튼튼해지는 건 당연하다.


글 한 편을 완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잘 쓰겠다고 욕심부리면 한 문장도 시작하지 못한다. 도미노를 쌓듯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씩 나열해 간다. 생각하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긴 글이 늘어서 있다. 늘어선 글을 다시 읽으며 단어와 문장을 더하고 빼기를 반복한다. 도미노가 한 번에 쓰러지려면 간격과 모양이 일정해야 하는 것처럼 단어도 알맞은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살다 보면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태반이다. 매번 좌절하고 후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멈추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 테니 말이다. 빈틈이 생겨도 삶은 이어져야 한다. 빈틈을 메우는 건 실패에서 배우려는 태도이다. 그래야 다시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다.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결국 삶을 더 잘 사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빈틈을 메꿀 때 이왕이면 근사한 재료를 사용하면 좋겠다.


한 편의 글에 빈틈을 메우고, 인생에 난 구멍을 메우는 데 꼭 필요한 재료가 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구멍 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담겼다. 상황에 맞는 재료와 방법을 책에서 배우면 제법 표 안 나게 메울 수 있다. 비슷한 환경에 살아도 저마다 삶의 질이 달라지는 건 이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답을 책에서 구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진다.





인생은 오늘이라는 벽돌을 한 장씩 쌓아가는 것이다. 오늘을 잘 살면 내일이 든든해진다. 밑동이 단단해진다. 단단해진 밑동 위로 삶을 쌓아 올리면 시간이 지나도 비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인생이 된다. 혹여 뜻하지 않게 이빨이 빠지더라도 책을 통해 언제든 메울 수 있다. 이미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나도 얼마 전까지 책을 읽지 않아서 여기저기 틈이 생긴 채 살았었다. 7년째 책을 읽으며 그때까지 생긴 틈을 메워가는 중이다. 빈틈이 채워질수록 나라는 기초가 점차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뭐랄까 삶을 내 의지대로 사는 자신감이다. 이전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늘 패배감에 살아왔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나에 대해 올바로 알았다는 점이다. 나를 똑바로 보게 되면서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에서 수많은 인생을 만났다. 그들의 나눔 덕분에 나의 빈틈을 채울 수 있었다. 나처럼 책을 선택하면 분명 또 다른 기회를 갖게 된다. 누구도 예외 없다. 선택하지 않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멋진 글을 쓰겠다고 생각에 잠겨 팔짱을 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글 한 편을 쓰고 싶다면 지금 해야 하는 건 낙서다. 끄적이다 보면 쓰고 싶은 글로 이어진다. 읽다 보면 근사한 인생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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