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Nov 10. 2024

당신은 '일회성 열정'에 속았다

'일회성 열정'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사전에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어느 하나만을 위해 잠깐 동안 끓어오르는 걸 비유한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10킬로그램을 빼겠다고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걸 이릅니다. 


다이어트뿐만이 아닙니다. 운동, 독서, 취미, 자격증, 영어 공부 등 다양합니다. 시작은 누구나 화상 입을 만큼 불타오릅니다. 모든 걸 집어삼킬 만큼 의욕이 넘칩니다. 그러다 시간이 갈수록 처음의 열정은 점차 사그라듭니다. 이유도 다양합니다. 직장 때문에, 아이 돌보느라, 약속이 많아서, 몸이 피곤해서 등등. 


저도 예전에는 '일회성 열정'의 선구자였습니다. 해가 바뀔 때면 서점을 찾아 책을 샀습니다. 고민 끝에 손에 든 책을 모조리 씹어 먹을 기세였죠. 며칠은 두 분 부릅뜨고 읽습니다. 약속이 생기고 야근하고 회식 몇 번 하는 사이 술자리 안주로 씹어 삼켜 소화시켜 버립니다. 갖은 핑계로 기억에서 지워버렸죠.


독서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뱃살 빼겠다고 수십만 원 들여 운동을 시작합니다. 몇 번은 헬스장을 전세 낸 것처럼 야단법석을 떱니다. 그러다 야근에 회식에 약속에 또다시 술자리 안줏거리로 남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격증 시험이 그랬고, 토익 시험이 그랬고, 다이어리 쓰기가 그랬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하는 분 많을 겁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일회성 열정'을 불살라본 기억 갖고 있습니다. 아니 처음에는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며 시작했을 겁니다. 누구도 흐지부지되겠다며 시작하는 사람 없습니다. 기필코 해내겠다는 각오로 도전에 임할 것입니다.


우리는 왜 처음 열정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할까요? 열정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정은 시작할 때부터 생기는 게 아닙니다. 열정은 꾸준히 하다 보면 계속하게 되는 힘이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사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열정은 하다 보면 계속하게 되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의가 그렇다면 시작부터 열정을 불태울 이유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시작하는 겁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도 됩니다.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겁니다. 한 번에 하나씩 하면서 방향도 수정하고 틀린 부분은 바로잡아갑니다. 어쩌면 차갑고 무심하고 별다른 의식 없이 시작합니다.


오늘 했으면 내일도 하고, 내일 해내면 다음 날에도 하는 겁니다. 또 내일 못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포기할 이유 없습니다. 남들보다 느리고 성과가 안 나도 괜찮습니다. 꾸미고 부정할 이유 없습니다. 지금 모습이 내 수준이라고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크든 작든 많든 적든 해내는 걸로 충분합니다. 자신을 믿고 꾸역꾸역 하다 보면 지금 하는 그 일이 좋아지는 때가 옵니다. 내 일이 좋아지면 더 잘하고 싶어 집니다. 잘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달라진 자신을 만납니다. 그런 자신이 근사해 보이면 더 좋아지고 싶습니다.


7년 전, 글이라고는 회사에서 기안서 쓰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마저도 복사해서 붙여 넣기 수준이었습니다. 불같은 열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압니다. '한 번 써볼까'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쓰다 보니 재미가 붙고, 재미가 붙으니 잘 쓰고 싶었고, 잘 쓰기 위해 배웠고, 배우다 보니 책까지 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던 힘은 열정 때문이 아닙니다. 잘 쓰든 못 쓰든 매일 꾸역꾸역 썼기 때문입니다. 못 쓴 글도 내가 썼고, 잘 쓴 글도 내가 썼습니다. 분량이 많든 적든 썼다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불같은 열정이 아닌 꾸준함이 더 필요했습니다. 스스로를 믿으면서 말이죠.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드뭅니다. 중간에 포기하기 때문에 '일회성 열정'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꼬리표를 떼는 것도 달고 사는 것도 결국 자신의 의지입니다. 의지가 꼭 대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내가 선택한 그 일을 어떻게든 해내는 걸로 충분합니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고요.


이전과 다른 인생을 살고 싶으면 한 번은 독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독하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중간에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열정'이 아닌 '꾸준함'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게 꾸준함입니다. 꾸역꾸역, 이 네 글자가 이전과 다른 인생을 살게 할 것입니다.



https://naver.me/GlJLlQiE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이 귀해 글을 씁니다 - 무료특강 안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