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받아쓰기를 했었습니다. 받아쓰기는 8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시련이었습니다. 10문제 중 반도 못 맞히는 형편없는 실력보다 더 창피했던 건 나머지 공부였습니다. 나머지 공부는 저처럼 국어 실력이 부족한 몇몇 학생들을 수업이 끝나고 난 뒤 그날 틀린 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집에 가려고 가방을 챙길 때 나머지 공부를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습니다. 교실을 나서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부러워하기만 할 뿐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노는 게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늦은 하교에도 학교 밖만 나서면 노는 궁리뿐이었습니다. 국어 실력은 바닥이었지만 노는 것만큼은 1등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저에게 국어는 암기 과목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도 시험 범위 내용을 암기하는 수준으로 공부했습니다. 시험도 사지선다형이라 어쩌면 암기력이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해력이 뛰어나지 않았고,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글도 잘 쓰지 못했습니다. 중, 고, 대학을 통틀어 에세이 같은 글을 써야 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에겐 글을 써야 하는 기회나 학과 과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국어 실력이 세월에 비례해 나아질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세월을 먹는다고 국어 실력이 자연히 좋아지는 건 아닐 겁니다. 비슷한 교육 과정을 겪으며 그 안에서 얼마나 더 관심을 두고 공부를 했느냐에 따라 실력은 차이가 날 겁니다. 그런 차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플러스가 되기도 할 겁니다. 다행히도 19년째 현업을 이어오는 동안 국어 실력이 업무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더 무감각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마흔셋, 자발적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잊고 있던 형편없는 국어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요. 그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불과 3년 전입니다. 무슨 배짱인지 맞춤법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글을 써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가끔 맞춤법 기능을 이용해 한번 필터링을 한 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한 문장에 하나 이상 수정해야 했습니다. 컴퓨터가 지적해주면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왜 틀렸는지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쓰고 올리는 데 집중했었습니다. 한 편 두 편 글이 쌓이면서 생각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내 글에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맞춤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쓴 글에 담긴 주제에 따라 정장이 될 수도,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것일 수도, 반바지에 나시를 입은 것일 수 있습니다.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더라도 갖춰야 기본 예의가 있기 마련입니다. 정장 안에 입은 셔츠의 단추 구멍이 삐뚤어져 있거나, 막 꺼내 입은 청바지지만 앞 자크를 잠그지 않았다면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주제의 글을 쓰더라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게 맞춤법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더라도 기본적인 맞춤법을 무시한다면 공감이 반감될 수도 있을 겁니다.
맞춤법을 완벽하게 익히는 게 만만하지 않을 겁니다. 유명 전문 작가도 국어사전을 끼고 글을 쓴다고 합니다. 아마 표현도 다양하고 개정도 자주 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짧은 시간 공부해서 완벽하게 구사하겠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라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꽃이 피는 건 보고 싶지만, 꽃을 키우는 노력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같을 겁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뺏기는 게 사실입니다. 힘들게 완성한 글을 맞춤법까지 수정하려면 질려 나가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듯,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운동처럼 맞춤법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지금 이 글에도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다 쓴 글을 발행하기 전 '맞춤법 검사' 기능을 이용해 수정합니다. 물론 100% 완벽하게 수정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수정한 글을 다른 맞춤법 검사기로 필터 해 보면 또 틀린 부분이 나올 겁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수정하다 보면 눈에 띄는 게 있을 겁니다. 자연스레 익힐 겁니다. 사전을 펼쳐놓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분석하듯 수정하기보다 적어도 맞춤법 검사기에서 잡아내는 부분이라도 신경 쓴다면 내가 짓고 싶은 집을 위해 벽돌 한 장씩 쌓아 가는 노력이 되어 줄 겁니다. 가끔 둘째 딸의 받아쓰기 시험을 위해 연습 삼아 10개의 예문을 불러줍니다. 다행히도 나머지 공부를 했던 저보다는 실력이 월등히 낫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봐도 다 맞는 걸 보면 무작정 놀기만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나머지 공부를 했던 저보다 나은 실력을 갖춘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pusan.ac.kr)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