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세븐틴 콘서트 선예매에 성공했다

장하다 내 딸

by 김형준


"성공했니?"

"어! 성공했어!"

영어 학원대신 PC방에 간 큰딸이 승전보를 알려왔다.

난생처음 도전이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이 더 컸을 터다.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머릿속으로 셀 수 없이 시뮬레이션했던 것 같다.

모든 승부는 손가락 스피드에 달렸다.

거기에 초고속 인터넷 속도와 안정적인 접속 환경은 기본이었다.


2024년 3월 6일 19시 59분 59초, 새로 고침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게 결정됐다.

찰나의 순간,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떨림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건 정신력에 달렸다.

누구보다 강한 멘털을 가진 이들 만이 최후에 웃는다.

당연히 운도 따랐다.

운도 결국엔 노력하는 이들의 몫이다.

그랬다, 큰딸이 세븐틴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했다.


선예매 일정이 공지된 날부터 학원에 안 갈 거라고 대놓고 말했었다.

세븐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기에 일단은 아무 말 안 했다.

처음 도전이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예매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오롯이 딸의 선택을 두고 보기로 마음먹었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꺾고 싶지 않았다.

반신반의했었다.

아무나 성공할 수 없기에, 내 딸도 아무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딸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운도 많이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간절함이 통한 걸까?

예매에 실패한 수많은 '아무나'가 되지 않았다.

승전보를 알리는 전화 목소리에는 흥분과 당당함이 보였다.

현관문에서 마주한 얼굴에 양쪽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쉽게 진정되지 않았나 보다.

가방만 던져놓고 스마트 화면을 눈앞에 들이댄다.

예매 번호와 날짜가 적인 확인증을 보여줬다.

그 아래 입금 방법은 계좌이체로 해놨다.

내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순간이다.


큰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지정계좌로 송금했다.

잠시 뒤 입금 확인 문자를 받았나 보다.

예매가 확정되면서 전쟁도 끝이 났다.


이번 경험을 통해 성취감은 확실히 느꼈을 것 같다.

또 노력하면 된다는 믿음도 생겼을 테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믿음도 생겼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지는 것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드물다.

대개 이런 경험을 통해 한 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꼰대처럼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말한 들 귀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깨닫게 될 것이다.

이번 경험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아마도 스스로 정의하기 나름이다.

큰딸에게 도움이 될 가치를 깨닫는 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테다.

굳이 무언가 배움을 얻지 않더라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정도의 추억이라면 삶을 떠받치는 기둥 하나쯤은 될 테니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는 것만큼 삶이 풍성해지는 것도 드물다.


살아보니 그런 것 같다.

대단한 경험과 엄청난 깨달음보다 그저 소소한 추억이 더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소소한 추억이라고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추억들에서 더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할 테니까.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준 엄마와 아빠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잔소리 대신 믿음과 현금으로 자신을 지지해 준 부모님을 말이다.

콘서트 마음껏 즐기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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