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게 제발 잠 좀 자라고 들려주는 '쫌' 동화 같은 이야기
그런 표정 하지 마, 레옹2. 나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오늘 그 먼 파주 산꼭대기에까지 널 데려간 건 웬만해서 닳지 않는 백만스물하나 니 배터리 때문이었어.(너희 잭러셀테리어의 무지막지한 배터리량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11년에 아나스타샤라는 녀석이 풍선 100개를 44.49초 만에 모두 터뜨려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란다.) 근데 벌벌 떠는 네 녀석을 안고, 업고, 이고 다니느라 오히려 내 배터리가 몽땅 방전이 됐지 뭐냐?(너나 나나 모냥빠진 건 둘째 치고라도.) 군부대 사격 훈련 소리가 그렇게 무서웠니? 하긴 집 근처 오락실에서 두더지 잡는 소리만 들려도 기겁하는 넌데, 지정학적으로 파주는 좀 심했다, 그치?
엊그제 해준 니 엄마 이야기 마저 듣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힘이 남아돌아도 좀 곤란하단다. 아직은.
그러니 레옹2야, 오늘은 그냥 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