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기억의 파편
그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아니, 듣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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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쉬움도 아니야.
그냥… 기억의 파편이야.”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내가 그토록 원하던 재회가 아니었다.
기다림도, 간절함도,
사실 없었다.
그건
그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 한 번의 상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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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자.”
이건 꿈도 아니었지.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순간.
“간절히 원했던 것도 아니잖아.
왜 이제 와서?”
“왜… 하필 오늘,
하필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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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표정을 읽었을까.
잠시 말이 없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의 메모지를 손으로 덮었다.
그 위로 내 시선이 천천히 머물렀다.
“형, 마지막 기회야.”
나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마지막 기회,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남겨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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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웃었다.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담담한 웃음이었다.
그 웃음 속엔
20년 전의 그 날도,
지나간 감정도,
그리고
내게 남기지 않을 미련도
모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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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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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나는 그 눈 속에서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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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쉬움이 아니라,
마침내 놓아주는 기억이었다.
그리움이 곧 사랑은 아니다”,
그리고 “가능성은 늘 반가운 건 아니다.“